돌담아래 아늑한 집에서 사는 세상 사나운 백구도 미화해 그려보았다
동네 클린하우스에 쓰레기를 버리고 몇 걸음 더 내려오면 길고양이가 출몰하는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마음까지 여유로워지는 돌담길을 따라 걷다 길냥이와 우연히 만나는 게 소소한 낙이 되어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일이 행복해지기 시작한 요즘. 그런데...
동네 백구가 짖어대는 G랄맞은 개소리에는 아직도 적응이 안돼 깜짝 놀라곤 한다. 가뜩이나 민감한 내게 그 개가 짖는 소리는 혼을 쏙 빼놓듯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뭘 먹고 저렇게 목청이 큰 걸까? 으찌나 시끄러운지 귀청이 다 따갑다.
다섯 살 무렵 쭈쭈바를 사려고 집을 나서며 대문을 연 순간 나보다 두 배는 컸던 집채만 한 대형견과 마주치고(왜 대문 앞에 그 개가 서있었는지 모르겠다) 혼비백산이 되어 집으로 다시 들어가 엉엉 울고 그날 밖에는 못 나간 적이 있었다. 그 트라우마로 큰 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나도 모르게 큰 개만 보면 쫄아버린다.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시골스럽던 동네에 살던(그 동네가 지금은 위례신도시) 20대엔 동네 개떼한테 미친 듯이 쫓겨본 적도 있다. 스릴 넘치는 범죄영화에서 사이코패스에게 쫓기는 피해자처럼 사력을 다해 죽도록 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행히 개에게 물리거나 죽지는 않았지만 개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동물이기에 여전히 조심스럽다.
https://www.worldatlas.com/animals/10-animals-that-kill-the-most-humans.html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 순위
1위-모기
2위- 맞춰보시라
3위-뱀
4위-개
모기 다음으로 사람을 많이 죽이는 동물은 바로 사람이다. 개보다, 뱀보다 더 위험한 동물 인간.. 나도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제주도에 와서 살며 올레길을 걷다 만난 수많은 들개들은 나를 보고 공격은커녕 커다란 덩치가 무색하게 겁먹은 눈빛으로 도망가버리곤 했다. 알고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육지에서 키우던 개를 데리고 내려와 제주도에 버리고 가버려 유기견이 들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키우던 가족을 유기할 수가 있을까?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세상엔 유기범이나 살인범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고, 살인견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가 더 많다는 것이다.
목줄이 없으면 내게 달려들어 물고 뜯고 뼈까지 씹어먹을 것 같은 무서운 백구지만 사납고 표독스러운 표정을 없앤 뒤 귀엽고 해맑게 그리기 시작했다. 주인에겐 백구가 낯선 사람으로부터 집 잘 지키는 충직한 러블리 반려견일 테니 이렇게 아기자기한 공간을 꾸며준 거겠지?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돌담아래 빨간 지붕집과 초록나무가 어우러진 백구의 집이 아늑하다.
모델이 되어준 백구와 개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더 많은 그림 보러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