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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이Noni Feb 18. 2021

돼지색 성은 처음이지?(Ft.직접 그린 성 그림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분홍색 캐슬 Craigievar Castle

Donald Trump and Boris Johnson The Shining Twins

트럼프와 하는 짓이 비슷해 영혼의 쌍둥이라 불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얼마 전 고개를 깊이 숙이고 국민 앞에 사과하며 COVID 19 방역에 실패한 정부임을 인증했어요. 십만 명 이상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영국의 새로운 별명은 Plague Island (역병의 섬)가 되었고, 변이 된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곳은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 다시 봉쇄에 들어가 2월인 지금까지 생필품 파는 가게들만 문을 열고 있는 답답한 환경이에요. 제가 사는 에든버러, 스코틀랜드는 7천 명에 가까운 안타까운 생명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잃었어요. 인구밀도가 낮아 팔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잉글랜드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546만 명의 스코틀랜드 인구 중 6천 명이 넘게 사망했다니 비극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료품 쇼핑할 때만 빼면 집에 콕 박혀 그림 그리고, 청소하고, 케이크 굽고, 요리하고, 새 모이 주고, 브런치 하고, 유튜브 보고, 명상하며 단조롭게 지내고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집순이의 조건에 딱 맞는 성향이라 불만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마스크 쓰지 않고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던 코로나 이전의 시절이 그리워져 지난 사진들을 뒤져보다 핑크색 성에 시선이 딱 꽂혔습니다! 맞아, 이런 예쁜 곳에도 다녀왔었지~! 남는 건 사진뿐이라더니 그러네요. 작년 가을, 방역수칙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시도한 스코틀랜드 아버딘 여행에서 만난 딸기 아이스크림 색깔의 Craigievar Castle (크레이기버 캐슬)에 방문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여행이 그리우신 분들, 동화나 요정 같은 환상적이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분들, 분홍색이나 돼지 색깔을 사랑하는 핑크 마니아분들께 권해드려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0월 중순. 춥고 으슬으슬한 날씨로 겨울엔 북유럽처럼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아버딘에 도착했습니다. 아버딘 시내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위치한 Ardoe House Hotel에 하룻밤 묵으며 남자 친구가 다녔던 아버딘 대학교를 둘러보고 핑크 캐슬에도 방문해보았어요. 안타깝게도 Ardoe 호텔은 우리가 묵고 난 정확히 한 달 뒤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으로 영업을 중단하고 완전히 문을 닫았습니다.  


1878년에 지어진 레고블럭 쌓아서 만든 장난감 성같은 호텔 외부. 특가로 저렴하게 예약했어요. 1박에 £80(약 12만원)


지은 지 140년 넘은 호텔에서 지낸 하룻밤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지만(사는 집이 더 오래됨), 호텔 옆 들판에서 만난 하이랜드 소 두 마리에게 풀을 뜯어 먹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스위스에서 소에게 아주 살짝이었지만 뿔로 들이 받친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구경만 하다 조심스레 풀을 뜯어주자 머리를 만지는 걸 허락한 순둥이 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호텔에서 차로 45분 떨어져 있는 크레이기버 성(이름이 길어서 이하 돼지색 성)에 도착하자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성을 둘러보는 사이 다시 내리기 시작해요. 하늘색과 잘 어울리는 돼지색 성을 찍고 싶었는데 날씨가 안 도와주네요.


밖에서 보면 앙증맞고 귀엽지만 창문이 많지 않아 실내가 답답하고 어두울 듯한 크레이기버 캐슬. 오래전엔 건물의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고 해요.
결국 파란 하늘의 사진을 검색해서 퍼왔어요. 날씨 좋을 때 돼지색이 더 빛을 발하죠?  출처-https://www.elizabethskitchendiary.co.uk
마녀의 집 같은 원뿔 모양 지붕의 돌집도 귀여웠어요.

원뿔 모양의 지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스코틀랜드로 오세요. 머리  분 라푼젤 체험 가능합니다.

Conical roofs라고 불리는 이 원뿔 모양 지붕은 스코틀랜드에 남아있는 3천여 개의 성 중 19세기에 지어진 젊은 성 꼭대기에 얹어져 귀여움을 더하고 있어요.

Balmoral Castle 과 11세기에 지어졌지만 19세기에 증축과정을 거쳐 동화속 성이 된 Dunrobin Castle. 결혼식같은 이벤트도 할수 있다네요.

위의 아름다운 성에 가본 적은 없지만 저는 이 돼지색 성으로 만족합니다. 1576년에 처음 지어진 후 증축을 거쳐 건물이 높아지고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관리하는 찬란한 문화재로 거듭난 돼지색 성은 원래 건물 중간에 보이는 갈색 선까지만 지어져 있던 평범하고 낮은 성이었지만 세 층을 더 짓고 원뿔 모양 지붕을 더해 지금의 우뚝 솟은 모습이 완성되었어요. 색깔도 원래는 단순한 크림색이었는데 옛 주인의 미적 감각이 현재의 핑크 캐슬을 탄생시켰습니다. 브라보!


   

증축되기 전 옛 성 모습을 그려놓은 안내판. 담이 사라져서 시원하게 뚫려 더 보기 좋죠?
유물 보존을 위해 실내조명을 일부러 설치하지 않은 위층
버섯모양의 의자인 줄만 알았던 Staddle Stones. 손으로 깎아 만든 버팀 돌이라네요.
추워서 이가 부딪히던 10월 중순에 피어있던 하늘색 수국♡


성 뒤편으로 가면 한적한 오솔길과 오두막이 나옵니다. 방 네 개짜리 여름휴가용 별장(South Mains Cottage)을 예약하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s://www.lastminute-cottages.co.uk/properties/united-kingdom/scotland/aberdeenshire/alford/south-mains-cottage?check_in_on=19-02-2021&nights=3#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자 소들이 떼를 지어 눕습니다. 젖은 배를 말리기 위해서라네요.

이 낭만적인 오솔길로 말을 탄 왕자가 다그닥 다그닥 달려와 공주를 만났을까요? 시공간을 초월해 마치 성에 사는 공주가 된 것처럼 황홀 순간을 즐길 수 있던 행복한 가을 오후였어요. 동화 속 이야기에 나올 것만 같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돼지색 성, 크레이기버 캐슬이었습니다.



<크레이기버 성의 내부를 보고 싶다면>

https://www.elizabethskitchendiary.co.uk/craigievar-castle/

 코로나로 문을 열지 않아 밖에서만 내부를 상상하며 구경해야 했던 이 슬픈 마음을 어루만져준 엘리자베스 키친 다이어리의 성 내부 사진에 경의를 표합니다.


<크레이기버 성에 가는 길과 정보를 볼 수 있는 내셔널 트러스트 공식 사이트>

https://www.nts.org.uk/visit/places/craigievar


*제가 그린 성 그림 몇장 첨부합니다.

'치즈케이크 하우스'도 성으로 칩시다~ 종이위에 아크릴, 2005./ '보석 성'. 종이 위에 아크릴 2006. 동화공모전에 내기 위해 그렸던 창작동화예요.
'Herstmonceux Castle' 잉글랜드에 있을때 책에 실린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렸어요. 결국 성에 가지는 못했지만요. 종이위에 수채화 2005

 

요즘 그리고 있는 스코틀랜드 건물과 스노우 드롭 꽃이에요. 에든버러 동물원 안에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이에요. 아주 작은 그림이라 그리면서 긴장해요. 종이 위에 수채화.
돼지색 크래이기버 성. 작은 종이 위에 수채색연필(물없이). 노니 그림


*노니의 더 많은 그림을 보러 오세요~

https://www.instagram.com/nonichoi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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