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빛 햇살 가득한 제주도 남쪽에 짐을 풀고 제주살이를 시작한 지 넉 달 째인 그림쟁이에겐 이곳에서 보는 모든 것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와닿아요. 길에 굴러다니는 귤마저도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눈길이 잠시 머뭅니다. 그동안 제주도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장면을 사진에 담아봤어요.
돌하르방은 외롭지 않아요
약천사에서 본 귤 하르방. 누군지 몰라도 하르방 배고플까 봐 귤 한 개 보시하고 간 걸 보면 인심이 참 후하죠?
밀짚모자 쓴 하르방.
제주의 햇살은 겨울에도 따사롭게 느껴집니다. 언제나 밖에 서 있는 하르방 얼굴에 기미 낄까 봐 씌워준 건가요?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돌하르방은 이미 구멍이 송송 난 검은 피부를 지니고 있어 기미, 주근깨에 끄떡없어요~
12월 제주공항엔 산타모자 쓴 돌하르방도 서있답니다.
사회의 모범이 되는 하르방.
코로나가 싫은 마스크 쓴 하르방도 눈에 많이 띄는 제주입니다.
셀카 찍을 줄 아는 하르방.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고 국수 면발 흡입하듯 입모양을 만드는 걸 보면 한두 번 찍어본 솜씨가 아닙니다. 꽤 귀엽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표정이죠?
도서관 입구에 세워진 여덟 하르방.
동서남북 입구에 두 분씩 서계시네요. 도서관과 공원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리 어귀에 붙어있는 하르방.
개천 위에 세워진 다리도 지켜주시고 계시네요.
제주도 어디에나 상주하는 하르방.
가정집이나 가게 앞에도 찾아볼 수 있죠. 댕댕이들의 친구이자 수호신 하르방입니다.
모아이의 석상처럼 돌하르방도 땅을 파보면 롱다리 할아버지일 것 같은 상상도 해봅니다.
감귤 천국
귤 외로울까봐 누군가가 신발도 벗어놓고 갔네요.
수확을 마친 귤밭. 귤나무 아래 선택받지 못한 귤들
폐가에도 귤이 굴러다닙니다.
귤인줄 알았는데 감이네요. 어느 고가구 상점 앞입니다.
길거리의 호박들
신데렐라의 마차가 자정이 되자 마법이 풀려 운행을 멈추고 늙은 호박으로 돌아와 길에 이렇게 널브러져 있나 봅니다.
어쩐지 색과 모양이 귤과 조금은 비슷하지만 거대한 몸집을 지닌 호박은 가을과 겨울의 시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친구입니다. 찹쌀가루 넣고 호박죽으로 만들어먹으면 멋진 슬로푸드가 되는데 저 맛나고 영양 풍부한 늙은 호박이 길바닥이나 돌담 위에서 방치되고 있는 걸 보면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아닌지 또 이 의미부여의 대가인 INFP는 얼토당토 한 생각에 잠깁니다. 밖에 놓으면 호박이 더 맛있어지는지, 심심한 길거리를 지나던 나그네의 눈을 위해 장식 중인지, 의미 있는 풍수 인테리어인지 망상에 잠기다 호박이 버림받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늙은 데다 버림받은 호박이 가엾지만 정겹고 귀여워서 미소 한번 날려줍니다.
제주도의 꽃은 지지 않는다
1월 말에 찍은 매화의 고운 자태입니다.
유채꽃이 한겨울에도 피는 제주가 아름다워요.
길가 어디서나 흔하게 가꾸어진 유리호프입니다.
가녀린 팬지꽃이 추위에 떨며 피어있어요.
페츄니아로 추정되는 꽃입니다.
꽃배추♡
동백꽃
하얀 동백꽃♡
남의 집 대문앞에 피어있던 국화꽃
감귤 하우스 앞 장미
돌담 위 다육이도 꽃으로 보이는 제주도 입니다.
나이 든 백마 한 마리
이름이 열개도 넘는다는 인기 좋은 하얀 말입니다. 종종 놀러가 만나는 동물친구예요. 홀로 들판에 사는 말이 건강하길 빕니다.
아직 초짜 제주도민이라 귤나무에서 직접 귤을 따 본 적도 없고, 돌하르방을 만져본 적도 없으며 (웬 50대 중년 신사가 돌하르방 콧잔등을 의식 치르듯 아주 진지하게 문지르고 가는 걸 보고 신기해서 쳐다보다 제주도 사람들 풍습인가 궁금해서 쫓아가 물어보고 싶은 걸 참고 검색해보니 아들을 낳게 해주는 속설이 있다네요. 늦둥이를 원하시나 봅니다), 겨울이라 해녀는 한 번도 못 봤고, 한라산 등반은커녕 근처 뒷산 고근산에도 안 가봤지만 느릿느릿 제주도와 친해지려고 해요.아직 이곳에 친구 하나 없지만 외롭지 않아요, 제주도니까.
제주도. 작은 종이 위에 수채. 노니그림. 클릭해서 보시면 잘 보여요!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들을 수채물감으로 그려봤어요. 그리고나니 유채꽃이 빠져서 섭섭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