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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연금이다 - 집수리 창업 과정 1일 차

50대 직장인, Plan B를 만들어 가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퇴직 후의 나의 삶에 대한 걱정과 고민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최소한 5년 후의 일이겠지만 왠지 급한 마음에 사람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무언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게 브런치스토리에 글도 쓰고, 대형면허도 취득하고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게 된 것이 집수리 창업과정 교육이다.      


몇 해 전 외부단체의 제안으로 취약계층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기술교육의 하나로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집수리 교육을 후원한 적이 있다.     


국내에선 그나마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과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성남에 교육장이 소재하고 있었다. 현장 답사도 갔었고 기부금 전달식도 참여했었다.      


한해 후원을 하고 회사 사정으로 후원이 중단되었지만 해당 단체는 다른 기업의 후원을 받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집수리(실내인테리어)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었다.     


평소 생활에서도 이것저것 고치는 것에 관심과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식으로 배워보겠다고 생각은 안 해봤었다.     


그러다 최근 퇴직 준비로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한번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창업을 하든 우리 집을 고치든 제대로 체계적으로 배워두면 매우 쓸만한 기술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토요일 그리고 13회 차의 긴 교육 과정에 할까 말까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다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게 먹고 결심했다.     


그렇게 나의 집수리 창업과정 교육은 시작되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한국주택환경연구원(https://www.koreaihe.com)에서는 직업 전환을 위한 최적의 집수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과정은 6회 교육으로 진행되고 재료비를 포함한 교육비는 170만원이고, 창업과정은 13회 교육으로 진행되고 재료비를 포함한 교육비는 285만원이다.     


교육은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 진행되며 오전에는 이론교육을 하고 오후에는 실습교육으로 진행된다.     


창업과정 수료자 중 희망자는 상담을 통해 한국주택환경연구원의 공동브랜드 “집고” 회원으로 창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2024년 7월 6일 토요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안 먹던 조식을 챙겨 먹고 이것저것 짐을 챙겨 7시 지하철을 탔다.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몇 정거장을 가고 나니 자리가 생겨서 앉았다. 그렇게 1시간 동안 20개의 정거장을 지나 내려서 다시 환승을 하고 30여분 동안 14개 정거장을 지나 내렸다.      


지하철 근처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사서 주택 골목을 지나 교육장에 도착했다.


9시 10분까지 오라고 해서 9시경 도착했는데 벌써 10여명의 교육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교재와 작업조끼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13회 차를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 긴장감과 걱정들에 마음이 불안했다.     


대표님의 소개로 오전 이론강의가 진행되었다. 기본 공구에 대한 소개와 드릴, 비트, 핸드그라인드, 실리콘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았다.     


원래 혼자 집에서 실리콘도 싸보고, 드릴도 하고 이것저것 공구를 가지고 집 이곳저곳을 손보곤 했었지만 제대로 공구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 없이 눈데 중과 감으로만 작업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하나 공구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해하다 보니 예전에 내가 작업이 어렵거나 잘 안되었던 부분들이 왜 안 됐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목재용 나사못에는 외날과 양날이 있는데, 외날은 목재의 섬유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고, 양날은 구멍을 뚫으면서 톱밥을 뱉어내며 들어가는 원리라는 설명을 들었다.     


나무는 주변 온도에 따라 변형이 있기 때문에 나무의 한쪽 끝부분에 그냥 외날로 못질을 하면 나무가 갈라지게 되므로 드릴로 구멍을 먼저 내고 양날못으로 해야 변형 없이 튼튼하게 고정된다는 것이다.      


이치와 원리를 배우니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교육생 소개를 끝으로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첫날이라 교육생들과도 어색한 것도 있고 해서 혼자 인터넷으로 맛집을 검색한 후 인근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먹었다. 짬뽕밥을 먹을까 했는데 날도 덥고 해서 볶음밥을 먹었는데 같이 나온 짬뽕 국물이 일품이었다. 담에는 꼭 짬뽕밥을 먹어봐야겠다.      


식사 후 아침에 들른 커피숍에서 아이스커피를 사들고 교육장으로 들어왔다. 아직 교육 20분 전인데도 벌써 다들 자리에 앉아있었다.      


양치를 하고 땀을 닦고 오후 실습에 임했다.     


집에서 사용하지 못했던 드릴공구들과 비트를 활용해 보는 실습이었다. 목재용 나사못과 철재용 나사못의 차이를 직접 망치질을 하며 배우게 되었고, 앙카볼트를 직접 바닥에 드릴 후 삽입하고 빼는 연습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리콘 작업을 진행했다. 2인 1조로 작은 창문을 바닥에 두고 유리창 테두리에 실리콘을 쏘는 연습을 했다. 틀과 유리사이에 90도의 각도로 잡고 45도만큼 실리콘을 쏘아야 하는 것이었다. 손가락의 일정한 힘으로 실리콘 건을 눌러야 했고, 작업의 첫 부분과 끝부분까지 내 몸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연습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래된 경험자들의 노하우가 확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느덧 오후 5시가 되었다. 교육을 마무리하고 짐을 챙겨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지하철과 도보로 편도 2시간이 걸렸다. 아침에는 차를 가져오면 1시간도 안 걸리겠지만 토요일 저녁에는 차가 많이 막히는 상황이라 오히려 지하철이 편하고 더 효율적이란 판단아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걱정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한 집수리 창업과정 교육의 첫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가볍고 뿌듯했다.      


샤워하고 시원한 얼음소주 한잔하고 푹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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