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리는 시간

by 꽃마리

울름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 버스로 약 다섯 시간이 걸렸다. 버스에 오르기 전, 표 검사를 하는 분에게 스트라스부르까지 간다고 말하자 여권을 보자고 했다. 나처럼 버스에서 국경을 넘는 승객들이 여권을 꺼내는 소리가 부산하게 들려왔다.


뮌헨에서 울름으로 이동할 때도 같은 노선의 버스를 탔는데 그때는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운전하는 분이 당연히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운전석 오른쪽에서 불쑥 나타난 누군가의 왼팔을 보고 또 다른 관계자가 버스에 함께 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작은 먼지떨이로 운전석 앞 계기판에 붙은 먼지를 털어 내고 있었다. 운전하는 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팔을 살살 움직이고 있었다.


이층 버스가 아니어서 관리할 승객이 그리 많다고 볼 수 없었기에 한 버스에 인력을 두 명이나 배치한 것이 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겨졌다. 그러다 이 버스가 약 열두 시간 동안 천 킬로미터 이상 이동하는 장거리 버스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나야 이 노선의 구간을 끊어서 이동 중이지만, 이 버스는 뮌헨에서 출발해 독일과 프랑스의 도시를 차례로 지나 파리까지 가는 버스다. 기사의 근무 환경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순간,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공간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이 스쳤다.


그때부터 두 분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옆에 앉은 분은 운전하는 분에게 물을 따라 주기도 하고, 일어서서 주변을 정리하기도 했다. 뮌헨에서 출발한 지 약 세 시간이 지난 정오 무렵 버스가 슈투트가르트에 정차했을 때 운전 교대가 이루어졌다. 운전석에서 빠져나온 기사가 운전석 뒷자리에 앉아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나도 울름의 빵집에서 산 곡물빵을 꺼냈다. 빵은 밤새 더 딱딱해져 있었다. 조금씩 뜯어 텀블러에 들어 있는 커피에 녹여 먹었다.


두 기사는 서로 물과 말을 건네면서 긴 시간을 의지하며 보냈다. 튀빙겐에서 프로이덴슈타트를 거쳐 오펜부르크로 가는 동안 길이 심하게 구불거려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사이좋은 두 분이 힘을 합쳐 잘 헤쳐 나갈 거란 믿음이 있었다. 숲 사이로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오후 2시 40분경 버스가 국경을 통과했다. 프랑스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들이 도착했다.


나중에 스트라스부르에서 파리로 갈 때 탄 버스는 부다페스트에서 출발해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프랑스의 도시들을 거쳐 파리로 가는 노선이었다. 뮌헨에서 파리까지 가는 버스가 대륙을 종단하는 노선이라면, 부다페스트에서 파리까지 가는 버스는 대륙을 횡단하는 노선이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은 버스가 원칙과 질서를 지키며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승객을 나른다. 요금은 기차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물론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옆자리는 내내 비어 있었다. 배낭과 손가방을 옆자리에 내려놓고 편하게 앉아 하염없이 흘러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막연히 상상해 보았다. 언젠가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가 평양과 청진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간다면 어떨까?’ 터무니없는 일일까?


스트라스부르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터미널 건물에 제대로 마련된 무료 화장실이 있어 반가웠다. 혹시 돈 내는 곳을 내가 못 봤나 싶어 주춤하자, 입구에 있던 분이 이리로 가면 된다고 안내해 주었다.


이제 트램을 타고 기차역이 있는 시내로 들어가면 된다. 트램 정류장 발매기 앞에 섰다. 울름에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앞의 분이 발매기 앞에서 씨름하다 뒤로 물러선다. 내가 시도한다. 화면을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몰라, 나 역시 헤맸다. 이리저리 살피다가 둥그런 다이얼을 발견하고 오른쪽, 왼쪽으로 살살 돌리자, 내가 사려는 승차권이 선택되었다. ‘이거군!’ 하고 다이얼을 돌려 결제까지 마쳤다. 내 앞에 있던 분이 옆에서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라고 하니, 그러면 좋겠다고 한다. 그분이 결제에 성공한 순간, 둘은 마주 보고 엄청 어려운 수수께끼를 푼 듯 잠시 기뻐하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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