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들

by 꽃마리

‘의심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Les gens qui doutent」를 요즘 자주 듣는다. 여러 가수가 불렀는데 나는 세 사람이 함께 부른 곡으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뱅상 들레름(Vincent Delerm)의 라이브 앨범 『Favourite Songs』에 수록된 곡이다.


모든 노래가 시적 감성을 품고 있지만 유난히 시를 닮은 노래가 있는데, 내겐 이 노래가 그렇다. 피아노 선율 속에 뱅상 들레름이 먼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한 연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연이 시작될 무렵, 박수 소리와 함께 여성이 노래를 이어받는다. 그러다 또 한 번 박수 소리가 들리고, 또 다른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여성과 남성은 잔 셰랄(Jeanne Cherhal)과 알뱅 드 라 시몬(Albin de la Simone)이다. 뱅상 들레름은 안 실베스트르(Anne Sylvestre)가 1977년에 발표한 이 노래를 동료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서 부른 뒤 자신의 앨범에 실었다. 뱅상 들레름은 노래를 대체로 최소한의 악기로 고요하게 읊조리듯 부르는데, 나는 이 점이 좋아 그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


나는 특히 잔 셰랄이 등장하자마자 한 구절을 부른 뒤 숨을 고르고 다음 구절을 처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나는 당황한 사람들, 논리적이지 않은 사람들, 한마디로 훌륭하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해’라는 구절이다. 잔 셰랄은 '당황한(paniquent)’과 ‘논리적이지 않은(pas logiques)’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단어를 짧게 위로 끌어올리며 강조하듯 발음한다(이 구절의 가사는 J’aime ceux qui paniquent, ceux qui sont pas logiques, enfin, pas ‘comme il faut’이다), 그렇게 표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잘난 사람만을 쳐다보는 세상에서 당황하고 논리적이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그 마음을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일찍이 깨닫고, 완벽을 좇기보다 갈등하고 주저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설득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잔 셰랄은 뱅자맹 비올레(Benjamin Biolay)와 자주 협업한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른 「Brandt Rhapsodie」는 부부나 연인의 일상 대화로 가사가 꾸려져 있는데, 내용을 모르고 들으면 어느 한 명의 큰 잘못으로 이별 직전이나 직후에 놓인, 헤어지는 연인의 대화처럼 살벌하게 들린다. 대략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일이 많아서 늦을 거니까, 어딘가에 있는 피자 반 조각 먹되 날짜는 확인하고', '여동생 집에서 밥 먹는 거 잊지 말고, 나갈 때 쓰레기 버려 주고', '내일 아침에 오를리 공항에서 만나. 묻지 말고 그냥 여권만 가지고 나와' 같은 말들. 임신 소식도 알린다. 중간중간 사랑의 말들을 속삭인다. 대화체 노래라 프랑스어 공부하기에도 좋다.


샤를 트레네(Charles Trenet)의 오랜 명곡 「Que reste-t-il de nos amours ?」는 듣고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우리의 사랑에는 무엇이 남았을까?’라고 묻는데 그저 침묵하게 된다. 샤를 트레네가 부르는 노래도 좋지만 워낙 많은 가수가 불러 골라 듣는 재미가 크다. 그중에 나는 파트릭 브뤼엘 버전을 주로 들어왔는데 요즘엔 뱅자맹 비올레 버전을 더 자주 듣는다. 노래를 감싸는 탄탄한 저음이 좋다.


최근에 알게 된 벨기에 가수 노에 프레조브(Noé Preszow)의 두텁고 절절한 목소리는 나를 아프게 한다. 그 목소리로 ‘내일의 아이들에게’란 뜻의 「Aux enfants de demain」을 부르면 그저 숙연해지고 부끄러워진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오늘의 비극을 내일의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해 줄 거냐고 묻는데, 속수무책으로 답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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