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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Jan 20. 2019

동안의 설움

    행복과 불행은 손을 붙잡고 같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좋은 것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동안이라면 매우 좋은 일이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내가 그동안 겪은 여러가지 일을 정리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을 것이다.


    첫째로, 반말을 많이 듣는다. 사회생활 10년차, 동문회에 갔는데 이제 갓 졸업한 후배들이 내게 반말로 이름을 묻고 이것저것 친한 척을 한다.  조금 놀라기도 하면서 그래, 강산이 변할 10년이 지났으니 요즘 세대는 저러나보다 며 맞줘야하겠다고, 놀란 티를 내지 않고 대꾸해준다. 한참 이야기하다 대략의 통성명을 하고나면, 잠시 상대의 놀라움이 분위기를 장악하는 순간이 온다. 곧 냉큼, 본인보다 10년 이상 선배에게 했던 실수를 만회해보려고 '5년쯤 되셨나 했더니, 오~래 되셨네요' 라며 웃어보이는 요즘 후배다. 그리고 그보다 벙찌는 건 유행에 뒤떨어질 것이라며 반말을 무심히 듣고 똑같이 대화하고 있었더랬던 나..


   둘째로, 권위가 안산다. 이래뵈도 직장생활 22년차에 접어들지만, 외모로 그런 것을 어필하기가 어렵다. 전화목소리만 듣는 상대방이 아르바이트생이냐고 묻는 말까지 들으면 더 답답해진다. 틈이 날 때마다 내가 올해 22년차인데.. 라고 상대방이 나를 꼰대라고 생각할지언정 부지런히 말로 일깨울 수 밖에 없다. 그럴 필요가 없으면 나도 참 좋으련만. 말 뿐 아니라 여러 다른 방향으로 노력에 노력을 기울여보기로 했다. 더 나이들어보이는 사진을 프로필에 올리거나 좀 과묵해진다거나, 종종 걷지 않는다거나.  즉, 늘 다소 무게 보임직 하기로.


  세째로, 업무전문성에 대해 의심받을 때가 있다. 물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아니기에 당연히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상대방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22년차에 다양한 여러 업무를 경험하면서, 스페셜리스트는 아니더라도 제너럴리스트를 자처하는 나로서는 그런 생각을 접하면 억울함에 부들거린다.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을 5분 만에 명쾌히 시연해보이며, 그 5분 동안 나도 모르게 울분에 차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부여잡고 단 한마디 할 마지막 순간을 기다린다.  '제가 이 업무 런칭했던 멤버였거든요.' ...'앗, 네에....'


    대학 때는 어느 중학교에 다니냐는 말을 들었었다. 당시는 속으로 발끈했지만, 요즘에 어려보인다, 놀랐다 는 말을 들을 때는 기분이 좋기도 하다. 그게 바로 나이 먹었다반증이다. 대학생 때처럼 발끈하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진짜 나이들었기에 이 모든 단점들도 감사히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년이 지나 새로운 일을 하게 될 때엔 단점이 아니라 분명 장점으로 작용할 테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말이다. 계속 노력하면 60대에 한 40대로 보일까. 그러면 20년은 더 일할 수 있을터인데. 그러므로 과연 진짜 동안관리는 지금부터 시작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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