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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Mar 14. 2019

살림에 대하여

백단계의 콩나물무침, 오백단계의 빨래하기 말고 사랑 한단계!

   요즘 나의 화두는 살림... 가만히 누워 콩나물무침을 만들어볼 생각을 해본다. 팔베게를 하고 옆으로 쪼그리고 누워 눈을 감고 공상에 젖는다.


- 요리

   일단 일어나서 옷입고 지갑을 챙겨 나가야겠지. 가게에 가서 콩나물을 찾아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들어와야겠지.(여기까지 6가지 일을 함)  봉지를 뜯어 흐르는 물에 씻고 콩껍질을 골라내야겠지 (3가지). 냄비에 물을 떠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덮고 팔팔 끓이다가 각종 양념을 찾아 뚜껑을 열어 한스푼씩 냄비에 넣고 뚜껑을 닫아 찬장에 정리해두어야겠지. (여기까지 9가지. 양념갯수에 따라 무한정 추가)


    여기까지 생각하다 공상이 끝나고 눈을 떠 천장을 본다. 콩나물무침을 하려면 한 백가지 일은 해야하는군. 아 그냥 라면에 계란 풀어 먹자. 아니면 배달의 민족.

    

 - 빨래

   사실, 요즈음 진정한 화두는 빨래... 어떤 이들은 빨래야 세탁기가 다한다지만, 조사결과는 전혀 아니올시다 이다. 빨래는 집집마다 그 방법이 모두 달랐다.

   지난주 토요일, 아들의 레포츠 수업시간에 모인 어머니들과 까페에서 수다 중에 빨래에 대해 심층취재를 했다. 그리고 받아적다 지쳐 못내 다 정리하지 못했다. 모두 빨래에 대하여 할 말씀이 많은 듯 했다. 콩나물무침이 심경상 백가지 일을 해야했다면 빨래는 적어도 오백가지 일 이상은 해야한다는 느낌이었다.

   한 분은 수건은 필히 삶는다. 다른 분은 겉옷과 속옷과 양말을 분리세탁한다. 다음분은 애벌빨래 후 약 1시간을 물에 불려놓은 후 본빨래를 하고 헹굼을 세 번 더 한다. 그리고 마지막분은 세탁기에 넣기 전 흰 옷의 때는 손빨래로 지운다. 언니들이 빨래하는 방법을 다 듣고나니 새삼 입고있는 옷들이 유난히 더 빛이 나 보였다. 그러나 이런 중에서도 대미는,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거지 빨래 안해봤어?  라고 묻던  프리랜서 디자이너 언니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물었다. 여름이 오는데 옷정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라는 질문에 다섯명의 언니들 동시에 얼굴 찌푸리며 생각하기도 싫다는 아우성이 울려퍼졌다. 옷정리는 주로 4월과 10월에, 그리고 이 또한 가족별로 한다는 분, 옷장별로 한다는 분 등등 각각 집마다 방법이 달랐다.


    오늘 낮에 만난 언니와 이베리코 흙돼지 등심을 먹으며 또 한 번 빨래에 대해 물었다.  집집마다 다른 빨래방법에 대한 정의를 더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물었는데, '자기집 상황에 맞게 빨래하는 거지, 그리고 내 스타일대로 하는거야'  과연, 이 말이 정답으로 느껴졌다.



   설겆이와 청소는 여차저차 할만하다. 세상 제일 어려운 일이 요리와 빨래. 곰곰히 이 둘을 잘 하는 방법을 고찰 후 결론지어본다.

   

     진정, 어머니들이 요리를 하는 마음은 오로지 하나이다. 내 가족이 배가 고프니 맛있게 만들어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 내게 콩나물무침은 백단계를 거쳐야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어머니들에게 콩나물무침을 만드는 방법은 ' 우리아들(딸) 배고프겠네. 콩나물무침반찬해줘야지 '. 단 한가지이다. 빨래도 그렇다. 내겐 오백가지도 넘는 단계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지만  '우리 아들(딸) 깨끗하게 옷 입혀야지' 오로지 단 한가지 방법만 있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태어나 공부만 하고, 일만 해왔다. 공부는 머리와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지만. 살림은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되지 않나. 살림도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지만 수학공식과 풀이처럼 단계로 대입할 수 있는게 아니지 않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살림을 시작해보련다. 결혼 후 9개월간 시어머니와 살며 반찬장인이 되었다는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일주일에 하나씩은 반찬을 만들어보고, 나만의 빨래 스타일을 찾아보자고 다짐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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