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처럼..

이태원의 솔개

by 박신영

초등학교 때 이모네 집에서 처음 들은 이 노래. 너무 좋아서 무한 반복해서 들으며 사촌언니와 함께 가사를 받아적던 기억이 있다.

첫 부분의 유명한 가사가 그 때는 왠지 마음에 닿았지만 지금은 그 두 번째 세번째 줄도 너무나 좋다.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소리없이 날아가는 하늘 속에 마음은 가득차고

푸른 하늘 높이 구름 속에 살아와..


노랫 속 솔개는 구름 속에서 홀로 비맞고 천둥번개도 견뎌야겠지만 또 누구보다 찬란한 햇살과 바람을 먼저 맞이하는 것도 구름 위 고요한 하늘 위를 날으는 유영 덕일 것이다.


종일 사람들 중에 대화하고 웃고 떠들고 대꾸하지만 나를 채워주는 시간은 홀로 모의고사를 풀고 채점하거나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방구석에서의 혼자만의 시간이며, 그리하여 오늘도 나는 고통스럽고 짜증나는 러시아워를 피해 깜깜할 때 나가고 깜깜할 때 들어오는 날들 가운데에서도, 도로 위 다른 차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끼어들기를 반복하며 출퇴근길의 도로유영을 매일 나만의 기록을 세우며 즐기는 것이다. 그럴 때에, 라디오는 104.5 EBS FM. 영어방송이 쉼없이 흘러나오고 나는 큰 소리로 영어문장을 따라하며 낭비하는 시간 없이 언젠가 만날지 모를 외국인도 대비하며, 부지런히 현대사회의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묻는거다.

넌 아직 너의 눈빛과 얼굴을 간직하고 있냐고.


한 70프로 즈음은 간직했다고 생각한다. 30프로는 나이와 세월이 가르쳐준 것들이려니 시간이 지나 저절로 알게되는 것들은 아닌 체 할 수가 없다. 다만 그 세월들을 생각하면 내 얼굴이 70프로나 그대로 있다는 건 정말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더 가면 내 얼굴과 내 눈빛은 어떻게 변할지 은근히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