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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Sep 12. 2017

나의 당당한 취미생활

Play, Learn, Earn!

  얼마전 자주 들여다보는 까페에 재미있는 사진이 올라와서 올려본다.

이 아버님의 아드님은 서울대 의대 수석입학생이라고 한다.

 자기 방에 들어가면 책을 덮어요, 그러면 상식적으로 그게 만화책이거나 야한 동영상이거나 그래야할 것 아니에요   보면  공업 수학을 풀고 있다가 들키죠


    이 글에 달린 댓글은 더 재미있다. 친구 중에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퇴근하며 맥주 한 캔과 고3 수학 문제집을 사들고 간다고 한다. 맥주 한 캔 마시며 밤새 문제를 풀면 마음이 가라앉아 스트레스가 풀리더란다.  법관 중에 취미로 수학을 푸는 사람도 많다고 하고, 공업수학을 풀 때 희열을 느낀다는 댓글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떳떳하지 못한(?) 취미이고 아버지에게조차 숨길 수 밖에 없는 취미생활이었는데, 저런 반응은 슬프지만 학습효과에서 나타난 반응일 것이다. 아마도 나의 취미를 알게 된 대다수의 일반 사람으로부터 받은 '무언의 비난'이라는 학습효과.


    나도 초등학교 때 클래식 에프엠을 듣고 싶다고 했다가 친구들로부터 무언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그 이후는 클래식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늘 바래왔는데 학창시절 내내 만날 수 없었다. 아마도, 동아리활동이라든지 적극적으로 찾아보기 위한 다른 노력이 필요했던 것 같다.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주저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회사 업무차 만난 고객 중에 두어분 정도가 취미에 대해 언급만 하시고 마는 경우를 보았다. 두 분 다 오페라가 취미셨는데, 한 분은 부인께서 성악을 전공하여 집에서 늘 음악을 들어오신 분이고, 한 분은 미국 유학 때 메트로폴리탄 공연을 자주 보러다니던 분이었다. 당시에는 내가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다른 느낌으로는 앞서 내가 느꼈던 '무언의 비난' 같은 그간의 학습경험으로 인한 화제 전환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여러 주제의 대화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좋아하였고,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더는 그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아쉬운 마음이 무척 컸다. 그래서 내게는 생소했던 '오페라'가 무엇이기에 그리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궁금하여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의 오페라 강좌를 듣게 된 계기가 되었다.


     대중적이지 않은 취미를 갖게 되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대중적이지 않아 이해받기가 어려울 뿐이지 내가 그 취미 자체에서 얻는 기쁨은 매우 커서 굳이 다른 사람의 깊은 공감이 필요치 않기도 하다.  물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더 즐겁겠지만 말이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어떤 정보든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서핑을 하다 보면 나와 같은 취미,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기도 쉬워졌다. 또,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나의 관심분야에 대해 같은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더 깊게 공부하고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하고 나누고자 만든 수많은 저서들이 나와있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 공부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는 직장을 가진 성인들이 다니기 충분한 시스템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학우들을 만날 수 있다. 또 그 분야를 깊이 공부하신 교수님의 사고와 생활방식, 지식을 전달받는 즐거움도 있다. 또 학위를 따면 그 분야의 직업을 가지기도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작년에 혹시나 하며 준비했던 백석대학교 평생교육원 피아노과, 입학은 어렵지 않았지만,  "입학하면 열심히 할 수 있으시죠?" 라고 물으시던 시험관님 말씀이 떠오른다. 예술은 쉽지 않은 길이고 후회하고 또 다시 반복하며 벌써 4학기 째, 2년이라는 시간이 참 금세 지났다. 이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취미는 그저 취미로만 남았을 것이다. 가끔 클래식음악을 듣고, 가끔 피아노 앞에 앉는.


     입학 전, 음악은 내게 공기와 같이 중요하지만, 공기처럼 흔한 것이었다. 지금은 그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며 마음껏 음미하는 중이다. '바흐'를 좋아한다고 하면 '니콜라예바'를 소개해주는 학우가 있고,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를 좋아한다고 하면 '엘리나 가랑차'를 말하는 학우가 있다.  운이 좋아서 문화센터에서 기초 음악을 가르치며 나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부족했던 목마름을 채워갈 수 있게 되었다.

 

     남들 앞에서 말하기 껄끄러웠던 취미... 학교에서 그 취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학우들과 교수님을 만났고 많은 것을 배우고 이야기 나누었다. 배우고자 하는 시도는, 앞으로 경력으로 삼을 수 있을 가르침의 기회로 이어졌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매달렸던 취미가 공부가 되고 또 다른 경력이 되었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매일매일은 쉽지 않았지만, 모이니 보람되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갔을 2년이다. 더 더 주저하지 말고, 눈치보지 않고 즐기련다. 나의 당당한 취미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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