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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03. 2024

추억의 고추장 밥

볶음 고추장 만들기

며칠 전 나물로 김밥을 만들면서 밥에 고추장 양념을 했는데 예전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고추장으로 밥을 비벼 먹던 대학시절이다. 요리는커녕 조리도 겨우 하던 시절, 반찬마저 떨어지면 먹던 것이 바로 고추장밥이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밥에 비벼 먹을 볶음 고추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볶음 고추장은 고추장에 고기, 파, 양파, 마늘을 볶아 만드는 매콤 달달한 양념장이다. 고추장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텁텁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이렇게 볶아서 만들면 감칠맛이 나서 한층 더 맛이 좋아진다. 그래서 밥에만 비벼 먹어도 별미다. 요즘 입맛에 맞춰서 생긴 요리인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예전부터 쌈밥에 곁들여먹던 전통음식이라고 한다.


대학시절 자취방 부엌에는 최소한의 조리도구만 있었다. 끓이기 위한 냄비 하나와 굽기 위한 팬 하나 그리고 뒤집게, 국자, 집게가 전부였다. 조리를 한다고 해도 데우는 수준이었다. 엄두가 안 나서 음식을 만들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사실 귀찮았다. 장을 봐와서 손질을 하고 열심히 만들어도 별로 맛있지 않았고, 남은 식재료들은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러니 집에서 가져오거나 산 반찬들로 한 끼를 때웠다. 이 반찬마저도 떨어지면 먹는 것이 바로 고추장밥이다. 그냥 고추장에 밥만 비벼 먹는 것인데 이것도 맛있다고 잘 먹었었다.


고추장을 볶으려고 고추장부터 꺼냈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고추장인데 시판 고추장보다 덜 달고 묽게 만들어주셔서 잘 사용하고 있다. 고추장을 볶을 때는 원래 고기를 넣어야 하지만 고기를 자제하고 있어서 표고버섯으로 대체했다. 표고버섯을 최대한 잘게 자르고 파와 마늘도 다져서 함께 볶아줬다. 어느 정도 노릇하게 익으면 고추장, 진간장, 원당을 넣어 살짝 더 볶아줬다. 물기가 조금 남아있을 때 불을 끄고 마무리했다.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으면 맛이 좋지만 향이 금방 날아가니 먹을 때 넣으려고 넣지 않았다.


엄마가 해주신 쑥국과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살려 따뜻한 밥도 준비했다. 계란 프라이도 하나 부치고 양념장을 가운데 올렸다. 그때도 맛있게 먹었지만 볶은고추장에 잡곡밥과 계란이 더해지니 확실히 맛이 더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단맛이 생각보다 많이 난 것이다. 원당을 줄인다고 했는데도 많이 들어갔나 보다. 다음에는 원당을 더 줄이고 청양고추를 넣어 맛을 내봐야겠다. 고추장 덕분에 옛날 추억도 떠올리고 간단하게 한 끼를 먹어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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