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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02. 2024

고마운 샌드위치

샌드위치를 만들며

친구가 사워도우빵을 사줬다. 이 빵으로 며칠간 벼루던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사워도우빵은 말로만 들어봤는데 직접 보니 꽤나 묵직하고 투박했다. 과연 이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을까 의아해하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샌드위치 만들기를 시작했다.




빵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천연발효종 빵이 가득했다. 천연발효종 빵은 가공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을 사용하는 빵으로, 인위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고소한 풍미가 있어 인기가 많다. 나는 건강한 빵을 찾다가 천연발효종빵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꾸 먹다 보니 심심하고 허전한 맛이 매력 있었다. 진열대에 놓여있던 치아바타, 바게트, 식빵 등 여러 가지 빵 중에서도 내 눈길을 끈 건 사워 도우라는 빵이었다. 다른 빵에 비해 둥글고 넓적한 모양에 압도되었다. 보자마자 샌드위치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 신이 났다.


빵은 마른 팬에 살짝 굽고 토마토와 양상추를 깨끗이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빼둔다. 든든하게 먹으려고 계란도 구워 준비했다. 소스는 늘 그렇듯이 수제 마요네즈에 홀그레인머스터드를 일대일로 섞었다. 여기에 미리 만들어둔 당근라페와 시금치 페스토를 꺼냈다. 샌드위치를 만들겠다고 며칠 전부터 일부러 준비해 둔 것이다. 빵에 소스를 바르고 양상추, 계란, 시금치페스토, 토마토, 당근라페를 차례대로 올려 완성한다. 맛을 보니 당근라페와 시금치페스토의 맛이 확 느껴졌다. 만들 때는 조금 귀찮기도 했는데 훨씬 맛있어서 만들기 참 잘했다 싶었다.


샌드위치는 요즘 잘 먹고 있는 메뉴 중 하나다. 채소를 가득 넣어 담백한 빵과 먹으니 건강에도 좋고 자극적이지 않아 속이 편했다. 거기다 알록달록 색이 예뻐서 샌드위치를 먹을 때면 전문 브런치 가게에 온 것 같아 기분도 좋아졌다. 건강을 챙기게 되면서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제한하며 지냈다. 대신 건강한 음식들을 찾아 먹었는데 초반에는 맛도 모양도 밋밋해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건강에 아무리 좋다 해도 맛도 멋도 없는 음식을 먹으려니 먹기도 전에 힘이 빠졌다. 그런데 샌드위치는 조금만 바꾸면 전에 먹던 것과 다르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건강과 마음 둘 다 챙기게 해주었다. 샌드위치는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해 준 참 고마운 음식 중 하나다.


무시무시한 사워도우빵, 보기에는 투박하지만 그 매력을 알아버렸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나면 각종 재료를 준비한 그릇과 도구들로 부엌이 엉망이 된다. 이왕 어질러진 김에 다 만들어놓자 싶어 남은 빵까지 다 만들었더니 배부르게 먹고도 한 접시가 또 남았다. 저녁에도 남은 샌드위치를 먹어야겠지만 맛을 알기에 슬프지 않다. 다시 먹으면 또 얼마나 맛있을까, 저녁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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