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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04. 2024

손길이 가는 수건

수건에 고리 달기

부엌에 마른 수건을 걸어두고 사용하고 있다. 손을 씻고 물기가 있거나 씻은 그릇을 바로 사용해야 할 때 마른 수건을 찾게 된다. 예전에는 편하다는 이유로 키친타월을 사용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지금은 수건을 사용하려고 한다.




안 쓰던 수건을 사용하려니 어색했다. 키친타월을 사용하면 흡수도 잘되고 사용한 후 바로 버리면 되니 너무나 편하다. 그런데 수건을 사용하면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여러 번 닦아야 하고 사용한 후 주기적으로 세탁을 해서 관리해줘야 한다. 그래도 일단 사용은 해보자 싶어 꺼내긴 했는데 마땅히 둘 자리가 없었다. 일단 의자에 대충 걸어뒀는데, 그 옆을 지나갈 때마다 몸에 부딪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자꾸 바닥에 떨어지니 사용하기도 찜찜하고 귀찮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때 싱크대 문에 걸어놓은 고리가 보였다. 예전에 사서 걸어놓은 건데 쓸모를 찾지 못해 비워져 있었다. '여기에 걸면 되겠구나!'하고 수건을 보니 걸 수 있는 고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고리가 달린 새 수건을 사자니 아깝고 집게 달린 고리를 구하기도 번거로웠다. 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냥 고리를 달면 되는 것이다. 수건을 걸 수 있게 만들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였다.


더 귀찮은 생각이 들기 전에 얼른 바느질함을 열었다. 예전에 쓰고 남은 고무줄도 마침 보였다. 고리 다는 방법은 모르지만 튼튼하게만 달려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호기롭게 바느질을 시작했다. 실을 두줄로 매듭지어 고리 양 끝부분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고정시켰다. 마지막에는 매듭을 숨겨서 나름대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 예전에 인형 만들기를 할 때 간단한 바느질을 배웠는데 그게 이렇게 쓰게 될 수 있을지 몰랐다.


내 맘대로 꿰매어서 엉성하지만 앞면을 보면 그럴싸하다.


고리가 완성되고 당장 걸어봤다. 안정감 있게 걸려 있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속이 시원했다. 이제 옆을 지나가도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혹시 떨어지더라도 걱정이 없다. 또 고리를 달면 되니깐.


물건을 고치고 나름대로 바꿔서 쓰다 보면 없었던 애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구멍 난 양말을 기울 때도 그랬고 노트에 커버를 다시 씌워 사용할 때도 그랬다. 이번에는 수건에 마음이 가게 생겼다. 그만큼 더 아끼고 잘 사용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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