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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06. 2024

화장대 정리하기

마음에 드는 공간 만들기

방을 볼 때마다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화장대다. 저마다의 색과 모양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화장품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 메이크업 제품은 서랍에 넣어뒀지만 자주 쓰는 로션이나 리무버는 한쪽에 올려놓고 사용하고 있다. 한 세트로 사면 모양이 통일이 돼서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필요할 때마다, 내게 맞는 것 위주로 화장품을 사다 보니 일관성이 없어 정리를 해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수납상자를 살까 했었다. 그래서 상자를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다거나 크기가 맞아도 모양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마땅한 상자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다. 다음 떠오른 방법은 나와있는 화장품들도 모두 서랍에 넣는 것이었다. 서랍을 열어 넣으려고 보니 높이가 맞지 않았고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그러다 며칠 전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색을 맞추는 것이다.


화장품을 가만히 보니 푸른색이 들어간 화장품이 많았다. 꼭 그렇진 않지만 수분이 들어가거나 순한 화장품에는 파란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들이 그랬다. 화장품 라벨이나 뚜껑에 푸른색이 포인트로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 화장품들끼리 우선 모았다. 그리고 푸른색이 아예 없는 화장품은 화장대 밑으로 옮겼다. 빨간색 라벨이 둘러진 영양크림은 라벨을 떼어버렸다. 다행히 잘 떨어져서 하얀 용기만 드러났다. 뚜껑의 실버재질이 더 빛나 보였다. 색만 통일했는데 화장대가 깔끔해졌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허무하기도 했다. 


방에 있으면 한 번씩 방을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있으면 어떻게 손쉽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러면 간단히 정리할 방법이 생각나곤 한다. 얼마 전 쇼핑백 정리도 했다. 브랜드마다 쇼핑백 크기도 다르고 손잡이도 달라 정신없어 보였는데 반대로 뒤집어서 밑면이 위로 가도록 정리했더니 한결 좋아 보였다.


크라프트지 쇼핑백끼리 모아 뒤집어 두었다. 훨씬 보기 좋아졌다.


지금 이 공간은 마음에 드는 공간은 아니다. 가구는 시트가 일어날 정도로 오래됐고 여기저기 긁힌 자국 투성이다. 그래도 곳곳에 그동안의 이야기가 남아 있어 정이 간다. 앞으로의 나를 위해 이 공간을 더 좋게 바꾸고 싶다. 꼭 비싼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잘 정돈된 공간이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오늘도 '바꿀 곳이 없나'하고 이리저리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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