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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10. 2024

그냥 먹을만하다

맛이 없다는 다른 표현

일요일 점심, 국수를 만들었다. 얼마 전 만든 김치비빔국수가 맛있어서 또 만들어 먹기로 했다. 이번에는 부모님 드실 것까지 충분히 만들었다. 맛있게 드실 부모님을 생각하며 열심히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참패였다. 입맛에 맞지 않으셨는지 아무 말 없이 그냥 드시기만 했다.




부모님은 국수를 좋아하신다. 그래서 주말마다 매번 국수를 드신다. 내가 국수를 자주 먹게 된 것도 부모님 영향이 크다. 그러다 백종원 선생님의 김치비빔국수를 알게 됐다. 한번 만들어 먹어봤더니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채소도 듬뿍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부모님도 국수를 좋아하시니 분명 좋아하실 거라 믿었다.


김치비빔국수는 양념에 고명을 넣어 함께 버무려먹는 스타일이다. 채소는 애호박, 양파, 당근을 넣었다. 모두 채 썰어 팬에 볶은 후 한 김 식혀둔다. 그리고 김치 한 줌을 덜어 쫑쫑 썬다. 양념은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원당,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섞어 만든다. 식초를 넣기도 하는데 넣은 김치가 너무 셔서 넣지 않았다. 고추장에 고춧가루까지 넣어서인지 양념이 빨개졌다. 삶은 면을 양념에 버무리니 앞에 만든 것보다 더 잘 만들어진 것 같아 기뻤다. 그릇에 나눠 담고 마지막으로 오이와 삶은 계란도 얹었다.


두근두근 떨리는 순간, 부모님이 국수를 드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말없이 국수만 드시고 계셨다.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게 분명했다. 내 눈치를 보느라 별말씀도 안 하셨다. 내가 앞에 먹었던 국수는 간이 약해서 이번에는 일부러 간도 세게 하고 원당도 더 넣었는데 맛이 없으셨나 보다. 맛이 어땠냐고 나중에 여쭤보니 딱 한마디 하셨다. "그런대로 먹을 만 하드라."


음식을 만들어 드릴 때마다 맛이 없고 마음에 안 드시면 늘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그냥 먹을만하다고' 말이다. 애써서 만든 시간을 생각하니 힘이 빠지긴 했지만 부모님도 취향이 있으실 테다. 자극적인걸 좋아하시는 부모님은 당연히 마음에 안 드실 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짜다고 하셨던 국수 양념장, 원당을 조금 더 넣었으면 더 맛있었지 싶다.


조금 덜 짜게, 덜 자극적이게 드셨으면 하는 바람에 간을 할 때마다 늘 고민을 한다. 그냥 내가 먹던 대로 만들지, 아니면 맛있게 드시라고 양념 한 두 스푼을 더 넣을지 말이다. 지금까지 가져오신 음식의 간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드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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