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Mar 11. 2024

어쩌다 황태 떡국

엄마의 황태뭇국으로 끓인 떡국

며칠 해가 나더니 다시 흐려졌다. 내일은 비까지 내린다고 한다. 날이 흐리니 국물요리가 간절하게 생각났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다가 남아있는 떡국을 발견했다. 오늘은 떡국 당첨이다.




떡국을 물에 대충 씻고 맛국물을 만드려고 보니 냄비에 가득 담긴 황태 뭇국이 보였다. 엄마가 끓여두신 국이다. 순간 고민이 됐다. 황태뭇국으로 그냥 밥을 먹을지, 아니면 계획대로 떡국을 먹을지 말이다. 사실 떡국이 먹고 싶지만 국을 안 먹으면 엄마가 섭섭해하실게 분명했다. 결정을 못 내리고 황태뭇국만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황태 뭇국에 떡국을 넣어 먹는 것이다!


황태뭇국은 황태를 볶다가 무를 넣고 푹 익힌 후, 계란과 파를 넣어 만드는 요리다. 맑은 국인 데다가 떡국에도 들어가는 계란과 파가 들어 있으니 비슷해 보였다. 거기다 황태가 진하게 우러났으니 더 맛있지 않을까. 당장 작은 냄비를 꺼내 네 국자를 떠서 옮겨 닮았다. 떡국이 익어야 하니 건더기보다 국물 위주로 펐다. 그리고 불을 켜고 국이 끓기를 기다렸다.


국물이 끓자 씻어둔 떡국을 넣 한소끔 더 끓여줬다. 국에 이미 간 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그릇에 옮겨 담고 후추, 깨소금, 참기름, 마른김을 올려 직접 만든 것처럼 흉내를 냈다. 황탯국은 자칫 텁텁할 수도 있는데 후추, 참기름 같은 후첨가 재료들이 맛을 잡아줘서 좋았다. 다 만들어진 황태뭇국 덕분에 순식간에 떡국이 완성됐다.


국에 떡국만 넣으면 완성되는 황태무떡국!


그릇에 떡국을 담으니 양이 꽤나 많았다. 그래도 맛있게 한 그릇을 뚝딱 다 비웠다. 그냥 황태뭇국을 먹으라고 했다면 이렇게 많이 먹지 못했을 것이다. 냄비에 국이 줄었으니 엄마도 뿌듯하실 거고, 맛있게 먹은 나도 기분이 좋다. 반찬투정하지 말고 엄마의 수고로움을 생각해서라도 잘 활용해서 잘 먹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그냥 먹을만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