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먹은 꿀송편
떡은 탄수화물이고 당이 높아 잘 먹지 않았다. 먹고 싶으면 현미로 만든 절편이나 가래떡을 조금 먹었다. 그런데 달달한 떡이 생각날 때가 있다. 에너지를 다 써서 바닥을 칠 때다.
간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너무 좋아한다. 케이크도 좋아하고 떡도 좋아한다. 케이크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이 있는 반면 떡은 쫄깃한 특유의 식감이 있다. 나는 바삭하고 꼬들한 식감이 있는 음식들을 좋아하는데 떡도 찰진 식감이 있어 좋다. 떡은 종류도 다양하다. 가래떡, 절편처럼 속재료가 없는 심플한 것부터 시루떡, 쑥떡처럼 겉을 가루로 입힌 떡, 영양찰떡, 송편처럼 속을 채워만드는 떡도 있다. 떡집에 가면 눈이 돌아갈 정도다. 그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바로 꿀떡이라고 불리는 꿀송편이다.
예전에 추석이 되면 큰집에서 송편을 맞추셨다. 그땐 꼭 콩이 들어간 하얀 콩송편만 주문하셨다. 색도 알록달록 예쁘고 깨고명이 들어간 꿀송편도 있는데 굳이 왜 콩송편을 사시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이야 콩송편의 맛을 알지만 어렸을 땐 좋아하는 꿀송편을 못 먹는 것이 아쉬웠다. 그 아쉬운 기억 때문일까, 올해 설에는 달달한 깨고명이 들어간 꿀송편을 주문해서 친척들과 나눠먹었다. 어떤 떡이든 당이 높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먹어볼 거라고 덜 달다는 송편을 골라 그날만큼은 마음껏 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꿀송편은 세월이 지나도 맛있었다.
요즘 날씨가 계속 흐리니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꼬인 일까지 있어 며칠째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계속 한숨이 나왔다. 좋지 않은 에너지를 자꾸 쓰니 나 자신도 너무 힘들었다. 다시 힘을 내자 싶어 먹을 것을 찾는데 단 것이 당겼다. 그때 냉동실에 얼려둔 꿀송편이 생각났다. 설 때 먹고 남겨둔 것인데 잘 남겨뒀다 싶었다. 당장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금세 따뜻한 송편이 나왔다. 뜨거운데도 손을 불어가면서 허겁지겁 먹었다. 쫄깃한 떡에 달콤한 깨고명을 먹으니 순식간에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 같았다.
달달한 떡 덕분에 기분도 나아진 듯했다. 역시 우울할 땐 당충전이 최고다. 지금까지 단음식 섭취를 줄이느라 떡도 많이 못 먹었는데 건강하게 조금씩 먹으며 잘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벌써 소화가 됐는지 배가 고프다. 꿀송편 생각이 나기 전에 얼른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