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방은 가족, 친구들과는 만날 때는 물론이고 업무차 미팅이 필요할 때도 찾는 친숙하고 가까운 곳이다. 혼자 가기에도 편해서 자주 찾았다. 체인점이라 어디서든 찾을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 것도 한몫을 했다.
별다방에 가면 달달한 음료를 마시곤 했다. 특히 자몽맛이 나는 홍차티를 가장 좋아했다. 가끔 당이 너무 당길 땐 크림이 올라간 초코칩라테도 먹었다. 그런데 건강을 챙기게 되면서 원래 먹던 메뉴들을 모두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단음식들을 자제했는데 내가 먹었던 음료는 모두 달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로 적응해보려고 했지만 카페인 때문에 잘 마시지 못할뿐더러 즐기지 않아서 자연스레 별다방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어쩌다 모임 때문에 가야 하는 경우엔 허브티를 마셨다. 맛은 없어도 몸이 우선이니 억지로 마셨다. 가끔은 다른 음료도 먹고 싶은데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다 말차라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기다 두유 옵션까지 있는 굉장한 메뉴였다. 원래 있던 메뉴였는데 차종류는 관심이 없었으니 몰랐던 거다. 처음 말차라테를 먹은 날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말차와 두유의 씁쓸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충분히 부드러웠고 고소했다.
원래 말차라테에는 시럽이 2번 들어간다. 처음에는 적응 못할까 봐 시럽을 한 번만 넣었는데 지금은 시럽을 아예 빼고 먹는다. 처음 느꼈던 텁텁하고 씁쓸했던 맛은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 구수하고 부드럽다고 느끼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아직 낯선지 '말차소이라테를 두유로 바꿔달라'(말차소이라테라는 단어에 이미 두유라는 말이 있어 두유로 바꿔달라는 말을 안 해도 되지만 중복해서 말할 때가 많다.)는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기분 좋게 다시 별다방에 갈 수 있어 행복하다.
요즘 건강을 잃지 않았다면 몰랐을 음식들을 먹고 있다. 말차소이라테 역시 예전이라면 맛보지 않았을 음료다. 이거라도 마실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몸에 좀 더 낫다는 이유로 맛없는 음식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억지로 행복하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더 오래 행복하기 위한 일임을 알고 마음을 다시 잡아보기로 했다. 언젠가 건강한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