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은 집에서 즐겨 먹는 대표적인 소스였다. 특히 계란에 잘 어울려서 자주 사용했다. 돈가스에는 전용소스 대신 케찹을 듬뿍 뿌려 먹었고 오므라이스 볶음밥에도 지그재그 모양을 내서 곁들였다. 몇 년 전부터는 옛날 토스트도 즐겨해 먹었는데 케첩은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재료였다. 다른 소스는 반쯤 먹다가 유통기한이 넘어서 버리는 일이 많았지만 케첩만큼은 바닥을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런 케첩을 이제는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건강을 챙기다 보니 음식뿐 아니라 못 먹는 소스도 많아졌다. 소스는 달고 칼로리가 높다. 다른 소스들은 평소에도 잘 안 먹었으니 크게 아쉽지 않았지만 케첩만은 달랐다. 계란이 들어가는 요리를 할 때 케첩을 넣으면 훨씬 맛있어지는데 그걸 알면서도 넣지 못했다. 엄마는 조금 넣는 거 뭐 그리 야단이냐고 하셨지만 나중엔 주체하지 못하고 많이 넣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 자극적인 걸 먹다 보면 점점 더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될 것이다. 그래서 건강을 다시 해칠까 봐 겁이 났다.
임시방편으로 토마토퓌레를 이용해 케첩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 퓌레에 간장과 원당을 조금 넣고 간을 맞췄다. 그냥 먹으면 밍밍한 토마토 맛이라 맛이 없었지만 다른 재료와 어우러지면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그렇게 케첩을 대신하고 있던 중 토마토퓌레가 똑하고 떨어졌다. 퓌레를 다시 만들면 되지만 아직 토마토가 맛이 안 드는 시기고 가격이 너무 올라 만들 수 없었다. 대신 방울토마토를 조금 샀다. 이 참에 케첩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토마토는 깨끗하게 씻은 후 물기를 빼고 밑부분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준다. 그리고 끓는 물에 넣어 껍질이 살짝 일어나도록 데쳐준다. 껍질이 조금 일어나는 것이 보이면 바로 찬물에 헹궈 남은 껍질을 마저 벗겨준다. 믹서기에 곱게 간 후 냄비에 넣고 살짝 끓이다가 식초, 원당, 소금을 넣고 간을 맞춰준다. 토마토는 물이 많다 보니 묽어 소스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분물을 만들어서 뭉치지 않게 저어가면서 넣어 농도를 맞춰준다. 수제로 만든 소스는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데 뜨거울 때 소독한 병에 넣으면 조금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귀찮지만 병을 소독해서 완성된 케첩을 넣었다.
시중에 파는 케첩과 다르게 색이 연하고 자극적인 맛 대신 토마토 맛이 진하게 났다. 처음 먹어보고 밋밋한 맛에 실망했다. 자꾸 먹다 보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솔직히 지금도 수제 케첩이 어색하다. 색은 낯설고 맛은 더 낯설다. 그래도 몸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견뎌보기로 했다. 자주 먹어야 친해질 테니 내일은 계란말이를 해서 뿌려먹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