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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20. 2024

밥과 반찬을 한 번에

어묵말이 김밥 만들기

뭔가 맛있는 게 먹고 싶을 때 찾는 재료가 있다. 바로 어묵이다. 어묵은 구하기 쉽고 다루기 쉬워서 애정한다. 하지만 어묵은 가공식품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피해야 하지만 끓는 물에 데쳐서 사용하면 어느 정도 첨가물과 기름기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해서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조리해서 먹고 있다.




어묵은 김밥에 넣으면 맛이 훨씬 좋아진다. 국수나 잡채 고명으로 올려도 맛있고, 다른 반찬이 없이 어묵볶음 하나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을 수도 있다. 그냥 어묵만 구워 먹어도 맛있다. 냉장고에는 이리저리 알뜰하게 쓰고 남은 어묵 1장이 며칠째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상하기 전에 뭐라도 해서 먹어야겠는데 생각나는 게 없어 그대로 두고 있는 터였다. 오늘은 기필코 먹고야 말겠다고 다짐하고 다른 재료가 있는지 살펴봤다. 계란이 보였다. 계란에 그냥 부쳐 먹을까 하다가 김밥이 떠올랐다. 어묵을 겉에 말아 김밥을 싸면 좋을 것 같았다.


예전에 계란말이 김밥이라는 걸 본 적이 있다. 일반 김밥을 만든 후에 계란으로 김밥을 말아 만드는 요리다. 계란을 김밥 속에 넣는 것보다 더 많은 계란을 먹을 수 있어서 더 고소하고 담백하다고 했다. 나는 어묵까지 말아서 만드니 두배로 고소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재료 준비를 했다.


속재료는 전에 만들어둔 수제 단무지와 파프리카가 전부다. 재료가 없기도 했지만 무얼 만들기도 살짝 귀찮기도 했다. 파프리카는 노란색, 빨간색 두 가지 색을 반반씩 채 썰어 준비했다. 어묵은 두께가 있어서 속을 많이 넣으면 말기 어렵다. 그래서 밥양도 일반 김밥을 만들 때보다 적게 퍼서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했다. 어묵은 늘 그렇듯이 끓는 물에 데친 후 찬물에 헹궈 체에 밭쳐뒀다. 재료가 다 준비되면 어묵을 깔고 밥을 얇게 펴준 후, 단무지와 파프리카를 놓고 김밥 말듯이 끝에서부터 말아준다. 그리고 고정하기 위해 국수 가닥을 양끝과 중간에 꽂아준다.


마지막 단계로 계란을 풀어 계란물을 만든다. 오일을 두른 팬에 계란물을 붓고 어묵말이를 올린 다음 계란말이를 하듯이 돌돌 말아주면 된다. 이때 불을 너무 세게 하면 계란이 빨리 익어버려 어묵과 붙지 않을 수 있으니 약불에서 천천히 상태를 봐가면서 말아줘야 한다.


김밥의 마무리는 역시 깨소금! 깨소금 하나에 음식이 살아난다.


맛을 보니 담백하면서도 어묵의 짭짤한 맛이 느껴졌다. 중간중간 파프리카의 아삭함과 단무지의 새콤함이 있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 주기도 했다. 어묵을 반찬이나 다른 부재료로만 사용했는데 이렇게 먹으니 새롭다. 무엇보다 밥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처음 만든 요리가 마음에 들면 그 날 하루는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오늘도 모처럼 기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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