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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28. 2024

땅에서 한번 더 피는 꽃

동백꽃의 발견

매화가 예쁘게 핀다는 장소를 일부러 찾아갔다. 그런데 매화는 이미 활짝 폈다가 진 상태였다. 멀리서 봐도 지는 모습이 확연했다. 아쉬운 마음에 눈을 돌려보니 빨간 동백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피운 꽃이 참 예뻤다.




이 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추적추적 무겁게 내리는 비였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에 갠다고 되어 있었지만 전날부터 내린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잔뜩 흐려서 계속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다. 하필 이런 날 꽃을 보겠다고 나섰으니 아쉬워서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바람도 차서 당장이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일기예보대로 오후가 되자 정말 비가 그치더니 점점 하늘이 개이기 시작했다. 푸르다 못해 선명한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마음이 바뀌어 역시 나오길 잘했다며 신나게 매화꽃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멀리 보이는 매화꽃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활짝 피어 있을 줄 알았던 꽃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꽃은 지고 있었다. 사진이라도 예쁘게 찍어볼 거라고 애를 썼지만 이미 진 꽃이 예쁘게 나올 리가 없었다. 아쉬움에 가려는 순간 동백나무가 보였다. 오전에 비가 와서인지 꽃잎과 나뭇잎에 물방울이 걸려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매화에 실망한 마음이 금세 동백으로 옮겨 갔다. 동백을 자세히 보니 평소에 보던 동백과 달랐다. 찾아보니 겹동백이라고 한다. 찬찬히 보고 있으니 둥글고 아기자기 한 모습이 참 예쁜 꽃이었다. 장미 같아 보이기도 했다.


동백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꽃을 피운다. 크기뿐 아니라 색도 아주 진한데 짙은 나뭇잎 색에 더 도드라져서 싱그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동백은 집 근처에서 늘 보던 꽃이라 예사로 보기 일쑤였다. 꽃이 질 때 통째로 떨어지는데 그 모습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동백이 새삼스레 예뻐 보인 것이다.


봄이 오면 봄에 피는 꽃들을 기다린다. 언제 필까, 지금은 폈을까, 혹시 지지 않았을까 마음을 졸이며 봄꽃을 기다린다. 매화도 그렇게 보러 간 길이였다. 그런데 동백은 이른 봄부터 이렇게 활짝 피어 있다. 센 빗방울에도 무너지지 않고 견디며 활짝 피어 있었다. 어디선가 동백은 지면서 땅에서 한번 더 꽃을 피운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동백도 나름의 예쁨이 있는데 쉽게 지나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 동백도 찬찬히 보고 두 번 보고 또 보며 예쁨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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