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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pr 01. 2024

말랑말랑한 반찬

엄마의 계란 장조림

TV에서 계란 장조림이 나왔다. 간장에 조려져 까무잡잡하게 변한 계란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엄마에게 말하니 만들어주신다고 하셨다. 다음날 한통 가득 담긴 계란장조림을 받았다. 달콤하고 짭짤한 맛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오! 맛있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왔다.




어렸을 때 엄마는 메추리알로 장조림을 만들어주셨다. 장조림은 소고기로 만든 것이 맛있지만 메추리알은 손질하기 쉽고 단백질 보충으로도 좋아 메추리알 장조림을 더 자주 만드셨다. 메추리알은 딱 한입 크기라 먹기도 편하고 젓가락으로 하나씩 푹 찔러 그대로 먹으면 입안 가득 단짠의 맛이 퍼져 행복했다. 요즘은 삶은 계란을 매일 먹어서 계란 장조림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계란을 삶아서 껍질을 까고 다시 졸이는 과정이 귀찮아서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작은 메추리알도 하나씩 다 까서 만들어주셨다. 엄마도 분명 귀찮고 힘드셨을 텐데 기꺼이 만들어주셨다. 이번에도 먹고 싶다는 말에 뚝딱 만들어주셨다. 어렸을 때 먹던 것과는 다르게 계란이 들어있고 꽈리고추와 통마늘이 중간중간 보였다. 꽈리고추와 통마늘을 넣어 같이 졸이는 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계란을 먹다가 잘 졸여진 고추와 마늘을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내가 좋아한다고 이렇게 만드신게 분명했다.


계란장조림은 계란만 삶아두면 금방 완성된다. 계란을 물에 넣고 삶다가 다 익으면 찬물에 헹군 후, 껍질을 까고 큰 냄비에 담는다. 그리고 물, 진간장, 꿀 또는 원당을 넣고 저어가면서 잘 졸여준다. 졸일 때 곤약, 무, 꽈리고추 등을 함께 넣어 졸이면 재료가 풍부해지고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 좋다.


사실 저녁에 엄마랑 다퉜?다. 사소한 일이었는데 마음이 상해서 뚱해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먼저 내민 장조림 한 숟가락에 기분이 풀렸다. 이렇게 풀어질 거 왜 그렇게 얼굴을 붉혔는지 후회가 된다. 엄마는 계란 장조림으로 화해의 손을 내미셨다. 또 잊어버리고 다투면서 속상해하겠지만 그때도 엄마의 음식 하나에 다시 누그러들 것이다. 엄마가 해준 반찬은 그렇다. 마음을 말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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