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Apr 24. 2024

봄에 누리는 호사

세발나물 두부 김밥 만들어 먹기

봄이 어느덧 중반에 다다랐다. 낮에는 온도가 많이 올라 여름인 것 같지만 아침, 저녁에는 쌀쌀해서 아직 봄이 가지 않았음을 느낀다. 봄이 와서 가장 반가운 것은 봄나물의 향연이다. 달래, 냉이, 취나물, 머위나물, 참나물, 돌나물, 뽕잎순 등 다채로운 잔치가 벌어진다. 그중에서 요즘 잘 먹고 있는 나물은 세발나물이다.

 



세발나물은 다른 봄나물과는 다르게 해안가에서 자라는 나물이다. 세발이라는 말 그대로 아주 얇은 줄기가 특징이다. 무엇보다 놀랬던 건 식감이었다. 얇은 줄기에서 어떻게 이런 꼬들함이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다. 거기다 세발나물은 가성비 좋은 나물이다. 봉지에 든 나물이 가벼워서 얼마 안 된다 싶지만 엉킨 줄기를 살살 펼쳐보면 양이 두배로 부푼다. 특별한 향이 없어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도 좋다. 얼마 전에 무침을 만들어 먹고 이번에는 김밥으로 요리를 해봤다.


먼저 세발나물은 한두 번 잘라서 간장과 참기름에 간을 해둔다. 두부는 최대한 물기를 빼서 김밥용 크기로 잘라 앞, 뒤로 소금 간을 한 후, 전분가루를 묻혀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당근은 채 썰어서 오일에 살짝 볶아 소금 간을 한다. 단무지는 늘 구비해 두고 있는 수제 단무지를 넣었다. 요즘 무 자체가 달고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으니 만들어 두는 걸 추천한다. 밥에도 소금, 식초 간을 한다. 이제 차례대로 넣고 말기만 하면 된다. 김밥의 거친 부분이 위로 가게 올린 후, 밥을 올리고, 세발나물도 그 위에 펼쳐 올린다. 그리고 두부, 당근, 단무지를 넣고 단단하게 말아주면 완성된다.


김밥을 만들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은 김밥을 썰 때다. 썰어 보니 파릇한 단면이 나타났다. 하지만 중간에 김밥이 터져버렸다. 밥이 질어서인지, 세발나물의 양념물이 많았던 탓인지 아주 시원하게 구멍이 났다. 이럴 땐 속상함은 접어두고 바로 먹어버리는 게 좋다. 실패한 김밥을 바로 집어 먹는 것도 김밥의 묘미다. 안 터진 앞, 뒤 부분만 살려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았다.


두부가 들어가서 심심하지 않을까 했는데 채소와 잘 어우러져서 부드러운 맛이 났다. 수제 단무지 덕분에 새콤함이 더해서 입맛을 계속 당겼다. 푸른 채소가 있어서 나물맛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당근도 아삭하고 달큼해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봄이 온 덕분에 누린 호사였다.



이렇게 먹고도 세발나물이 남았다. 요리 한 두 번은 더 해도 될 양이다. 세발나물 덕분에 봄을 물씬 느끼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푸르고 상큼한 봄날의 맛이 기다려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에서 기분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