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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pr 26. 2024

재료 정리하기

남은 버섯으로 볶음 만들어먹기

나는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최정예 물건들이 보기 좋게 정돈이 되어 있으면 기분이 좋다. 냉장고도 예외가 아니다. 바로 먹을 것, 두고 먹을 것을 구분해 놓는다. 재료도 정리를 하는데 상태가 좋지 않은 재료를 보면 없애버리려고 머리를 굴려 요리 계획을 세운다.




며칠 전에 작은 새송이버섯을 사서 반만 만들어먹고 나머지는 남겨두었다. 한동안 생생하게 잘 견뎌주었는데 다른 재료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부서지고 시들어가고 있었다. 얼른 뭐라도 만들어먹어야겠다 싶었다. 마침 꽈리고추도 있어서 볶음을 만들기로 했다. 버섯을 꺼내놓고 보니 양이 적어서 표고버섯도 추가했다. 표고버섯도 자투리 버섯을 사용했다. 꽈리고추는 5~6개만 씻어서 물기를 탈탈 털어낸 후 꼭지를 땄다. 꽈리고추만 넣기는 뭔가 아쉬워서 양파도 조금 썰었다. 나는 맵찔이지만 매콤한 맛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리에 청양고추를 즐겨 넣는데 이번 볶음에도 청양고추를 쫑쫑 다져 준비했다.


재료가 준비되면 오일을 두른 팬에 꽈리고추부터 넣고 볶는다. 고추 향이 올라와서 벌써 군침이 났다. 잘라둔 버섯도 모두 넣고 볶다가 진간장, 원당, 다진 마늘을 넣고 휘리릭 볶아준다. 버섯에서 수분이 나와서 양념이 들어갔는데도 타지 않고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남아있는 양파와 청양고추까지 넣고 국물이 없을 때까지 바짝 졸인다. 불을 끄고 참기름과 깨소금, 후추를 둘러주면 완성이다.


김이 폴폴 나는데도 맨 손으로 집어 먹지 않을 수 없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나왔다. 버섯은 간장양념에 물들어 윤기가 났고 꽈리고추는 볶으면서 더 파릇해졌다. 버섯 두 가지를 넣으니 찾아 먹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처치 곤란한 재료들이 맛있는 밥친구가 되었다니 기뻤다.


다 된 버섯볶음에 깨소금, 후추 잔뜩 뿌리기!


버려질뻔한 재료들이 다시 살아났다. 마치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만 같다. 그냥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쓸모를 만들어주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쓸모 만들기를 잘 하진 못한다. 고민만 하다가 해결 못한 것들이 지금도 여기저기에 쌓여있다. 버섯볶음 먹으면서 찬찬히 쓸모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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