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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pr 30. 2024

차 적응기

얼떨결에 차 마시기

카페에 가면 마시는 것이 정해져 있다. 괜찮은 차가 있다면 차를 우선으로 마시고 여의치 않으면 아메리카노를 연하게 마신다. 카페는 커피를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커피 종류가 많고 차 종류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나마 녹차라도 있으면 좋은데 없으면 망설이게 된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차가 커피보다 카페인함량이 낮고 몸에 더 좋다는 걸 알지만 솔직히 맛이 아쉽다. 그나마 녹차는 향이 구수해서 괜찮은데 다른 허브차는 생소한 잎향이 나서 적응이 안 된다. 보리차다 생각하고 마시고 있지만 끝까지 마시기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 잊고 있던 기프티콘이 생각났다. 기프티콘 메뉴는 재스민차였다. 안 당겨서 그냥 넣어둔 모양이었다. 마침 그 카페가 있는 곳에 볼 일이 생겨 나갔다가 기프티콘을 사용하게 됐다.


다른 메뉴로 바꿔볼까 해서 메뉴판을 보고 고민을 하고 있던 그 순간, 직원분이 기프티콘 메뉴 그대로 주문할 거냐고 물어봤다. 얼떨결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찜찜하게 차를 받아서 자리로 갔다. 보통 컵보다 훨씬 큰 컵에 차가 가득 담겨 있었다. 뜨겁기는 어찌나 뜨겁던지 손도 대지 못할 정도였다. 한동안 멍하니 보고만 있다가 한 모금 맛을 보았다. 재스민의 진한 향이 입안을 맴돌았다. 녹차만큼 맛이 괜찮았다. 뜨끈하니 속도 풀리는 것 같았다.


커피는 매력적인 향 때문인지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마셔도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 한 잔 한다고 하면 왠지 느낌도 좋다. 그런데 차는 그렇게 기분이 확 바뀌지 않는다. 친해지기도 참 어렵다. 그래도 이렇게 떠밀리듯이 계속 마시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마시다 보면 은은한 향과 맛이 더 좋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좋아하는 차 종류도 생기고 찻집을 찾아다니게 될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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