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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y 06. 2024

하나만 해보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잔뜩 해야 할 일을 계획해 두고 맞이한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계획한 일을 모두 하지 못한 날이 있었다. 다가올 후폭풍이 두렵기는 했지만 정말 손에 안 잡히는 걸 어쩌나. 배는 고프니까 밥만 먹고 누워만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나 생각해 보니 며칠 무리를 한 게 원인인 것 같았다. 일이라는 것이 예상할 수 없다 보니 어떤 날은 너무 여유롭고 어떤 날은 일이 밀려 정신없이 지나갈 때가 있다. 저녁 늦게 연락을 받고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새벽도 불사하고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주말에 일을 해두려고 한 것인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까운 하루를 날려버린 것이다.


밥은 다행히 만들어둔 김밥거리가 있어 돌돌 말기만 해서 챙겨 먹었다. 김밥은 다른 반찬이 없어도 간편하고 골고루 먹을 수 있으니 좋다. 배를 대충 채우고 또 누워있다가 욕실에 갔는데 봉 하나가 보였다. 욕실장에 넣어둔 수건이 꺼낼 때마다 떨어져서 막으려고 사둔 것인데 어쩐 일인지 잘 고정이 되지 않아 며칠째 욕실장 밑에 덩그러니 있던 차였다. 이상하게도 봉을 당장 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은 돌리면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드는 형태인데 다시 해봐도 단단하게 고정이 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힘이 없는데 아등바등 대며 돌렸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아주 조금 길게 잡아서 밀듯이 끼웠더니 빡빡하게 고정이 되었다. 진짜 단단히 고정된 것인지 지금까지도 떨어지지 않고 잘 사용하고 있다.


그날 계획한 일은 못했지만 밥도 챙겨 먹었고 며칠간 미뤘던 봉을 다시 다는 소소한 성과가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할 일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바로 충전! 충전을 하니 머리가 맑아지고 엄두를 못 내던 봉도 다시 끼울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남은 것은 꼼짝없이 일을 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다. 어쩌나 싶다가도 몸 컨디션은 좋으니 해낼 거라 믿는다. 누가 알까. 혹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돼서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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