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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y 16. 2024

귀찮아도 밥으로 먹기

표고버섯 강된장 만들기

요즘 왜 이렇게 귀찮은지 모르겠다. 밥 먹기가 원래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싶다. 나 하나 먹일 거 만드는데 이리 어려울 줄이야. 나가서 사 먹자는 생각이 들다가도 건강을 위해 했던 다짐들을 떠올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매일 먹던 반찬은 질려서 손이 가지 않았다. 뭘 먹어야 되지 고민하던 중 구석에 있던 열무물김치가 보였다. 열무가 연해 보인다고 엄마가 담아두신 것인데 생각보다 질겨서 며칠째 방치되어 있던 터였다. 오랜만에 꺼내 맛을 보니 푹 익어서 새콤하니 맛이 좋았다. '그래! 열무비빔밥을 먹어야겠다.'라고 외친 순간, 머릿속에 또 하나의 메뉴 하나가 떠올랐다. 강된장. 열무비빔밥엔 강된장을 넣으면 아주 맛있는데. 된장의 고소함이 열무의 새콤함을 잡아줘서 참 잘 어울릴 텐데. 잠깐 고민하다가 귀찮아도 맛있게 먹어보자 싶어 재료를 하나씩 꺼냈다.


표고버섯, 두부, 애호박, 양파를 꺼내 잘게 썰었다. 강된장은 건더기가 있어야 먹음직스럽고 씹는 맛이 좋기 때문에 평소보다 크게 다졌다. 매콤하게 먹으려고 청양고추도 잘게 썰고 마늘도 듬뿍 다졌다. 만드는 김에 충분히 만들어두려고 욕심을 냈더니 재료 손질만 한참 걸렸다. 괜히 강된장 만들겠다고 손을 댔나 싶었지만 끝까지 재료를 다 손질했다. 오일을 두른 팬에 양파와 다진 마늘을 먼저 볶다가 애호박과 버섯을 넣고 볶았다. 양념은 된장과 고추장, 딱 2가지만 넣고 같이 볶았다. 된장 맛 자체가 좋아서 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도 괜찮았다. 된장과 고추장을 재료들과 함께 볶으면 텁텁한 맛이 줄어들고 감칠맛이 나서 꼭 같이 볶아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어느 정도 재료가 볶아졌으면 물을 자작하게 붓고 두부와 청양고추를 넣고 한소끔 만 끓이면 강된장이 완성된다. 보글보글 끓이니 집 안에 맛있는 된장냄새가 가득했다. 예전에 집에 돌아왔을 때 된장찌개 냄새가 나면 그렇게 좋았다. 그날 아무리 힘들었어도 된장찌개와 밥 냄새에 위안이 되곤 했다. 그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비주얼, 내일도 비빔밥 당첨이다.


밥을 얼른 떠서 열무김치를 올리고 강된장도 몇 숟가락 떠서 곁들였다. 나중에는 강된장채로 밥 위에 부어서 비벼 먹었다. 강된장 덕분에 열무가 질긴 것도 모를 만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열무만 비벼 먹었다면 아쉬울 뻔했다. 조금 귀찮았지만 건강하고 든든하게 밥을 먹어서 뿌듯하다. 남은 강된장을 통에 부으니 꽤나 양이 나왔다. 앞으로 3끼는 더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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