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겉절이
상추 겉절이와 버섯구이
예전에 고기를 참 좋아했었다. 갈비처럼 달달한 양념에 절여진 고기도 좋지만 소금만 뿌려 먹는 구이를 특히 좋아했다. 짭짤하게 간만 해서 구우면 고기의 고소함이 폭발한다. 고기를 먹을 때 잊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겉절이다. 파겉절이, 양파절임이든 같이 있으면 고기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같이 먹던 겉절이와도 멀어지게 되었다. 집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면 혼자 먹는데도 볼에 한가득 겉절이를 해서 꼭 같이 먹었다.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혼자 다 먹고 배를 두드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즐거움이 사라졌다.
오늘 한동안 잊고 지내던 겉절이 생각이 났다. 새콤달콤하게 무쳐 볼에 무친 그대로 들고 먹던 때가 그리웠다. 냉장고에서 상추를 꺼내 손으로 먹기 좋게 뚝뚝 찢었다. 상추만 넣으려니 허전해서 양파와 당근도 조금 꺼내 채를 썰었다. 남아있던 부추도 보탰다. 파도 넣으려다가 넣지 않았다. 고기를 먹을 땐 향이 센 파를 넣으면 잘 어울리는데 그냥 밥과 먹을 거라 뺐다. 어차피 파는 손질하기도 귀찮고 메워서 속이 아플 수 있으니 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파겉절이를 신나게 먹고 속이 아파 고생한 적이 몇 번 있어서 파는 제외했다.
양념장은 진간장, 액젓, 고춧가루, 식초, 매실청을 넣어 만든다. 너무 달지 않게 먹으려고 매실청은 조금 넣었더니 달콤한 맛이 부족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볼에 상추와 채소들을 모두 담고 양념장에 잘 버무린 후, 마지막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조금 넣어주면 완성된다.
버섯에는 소금과 후추를 충분히 뿌렸다. 버섯의 고소함과 짭짤한 맛이 겉절이와 잘 어울린다. :)빨간 양념에 상추를 무치니 생기 있어 보이고 새콤달콤해서 자꾸 손이 자꾸만 갔다. 이 맛있는 겉절이를 그냥 먹기 아쉬워서 표고버섯을 조금 구웠다. 버섯도 간만 잘해서 겉절이와 함께 먹으면 고기도 부럽지 않다. 오늘도 볼에 듬뿍 무친 겉절이를 혼자 다 먹었다. 겉절이를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참 맛있게 먹었다. 고기가 없어도 맛있는 겉절이의 새콤달콤한 맛은 멈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