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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y 26. 2024

무거워진 편지

편지 이야기

나는 대형 문구점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구매하는 것은 보통 문구류지만 팬시용품이나 귀여운 소품을 구경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놀이터에 온 것처럼 이것저것 하나씩 살피다 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간다.




매번 올 때마다 진열대를 둘러보며 감탄을 한다. 어쩌면 이렇게 예쁜 제품들이 있을까 싶다. 요즘은 귀엽고 아이디어가 좋은 제품들도 많아서 보는 순간 갑자기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새것이라 그런지 유난히 더 멋지고 유용할 것 같아 집어 들지만 결국 내려놓고 만다. 쓰지 않을 거란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편지지 코너가 눈에 띄었다. 예전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글로 직접 쓰고 꾸미는 것이 유행하던 그때 편지 쓰는 것이 인기였다. 쉬는 시간에 틈틈이 글을 써서 하굣길에 친구에게 전해주곤 했다. 편지를 보면 오늘은 수업이 어땠다, 어제 TV프로그램에서 누가 나왔다는, 정말 별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답장은 필수였다. 하도 인기가 있다 보니 편지 내지만 여러 디자인으로 묶어 노트처럼 나오는 제품도 있었다. 편지지 코너만 크게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아담해진 규모와 심플해진 편지지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요즘 세대들은 카*으로 소통하는 것이 편할 테고 어렸을 때 편지를 썼던 우리 세대도 이제 편지를 잘 쓰지 않게 되었다. 편지지가 주는 무게 때문일까, 그럴듯한 이야기를 잘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일까, 편지 쓰기를 피하게 되었다. 받는 사람도 편하진 않다. 답장이라는 짐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렸을 땐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도 편지의 주제가 되었다. 그런 이야기라도 궁금하고 재밌었다. 이제 일상 이야기도 가볍게 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것 같아 씁쓸했다.


이번에는 그냥 돌아왔지만 다음에 가면 편지지 하나를 사서 친구에게 한 통 써야겠다. 편지 주고받았던 그때의 기억을 살려 가볍게 이야기해야겠다. '비가 왔다', '어제 TV프로그램에서 누가 나왔다' 등 그때처럼 아주 소소한 일들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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