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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y 28. 2024

초보의 솥밥

곤드레밥 실패기

솥밥은 쉬운 듯 어려운 요리인 것 같다. 제일 처음 솥밥을 했을 때 아무 생각이 없어서인지 결과물이 잘 나왔다. 이어서 도전한 솥밥들도 그런대로 괜찮게 나왔다. 그래서 오늘도 가볍게 도전했는데 실패를 하고 말았다.




솥밥은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두 번 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불 조절만 잘하면 쉽게 완성할 수 있는 요리였다. 완성해서 채소와 밥을 섞으면 맛있는 냄새가 순식간에 퍼진다. 특별하게 조리한 것이 없는데도 구수한 향이 난다. 그리고 풍성하고 보기도 좋다. 몇 번 만들어봤지만 만들 때마다 내가 이걸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보기 좋게 실패를 하고 말았다. 냄비가 닳은 건지, 물조절을 잘못한 것인지 밥이 탄 것이다. 밑부분만 조금 타서 다행이었지만 집안에 탄내가 진동을 해서 냄새를 빼느라 고생을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밥을 하려고 솥에 쌀을 부을 때 냄비가 불안해 보였는데 이 때문일까. 아니면 밥물을 부을 때 싸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때문일까. 초보인 나는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했다. 


밥은 탔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윗부분만 밥을 저어 채소와 섞었다. 먹을 만큼만 덜어내고 탄 부분을 피한 아랫부분의 밥은 냉장고에 넣기 위해 따로 담아두었다. 그리고 대망의 탄 밥! 살짝 긁어서 큰 덩어리는 떠내고 물에 불려뒀다. 이걸 어찌 씻지 싶어 앞이 깜깜했지만 일단 밥을 먹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떠낸 밥을 보니 그럴싸했다. 곤드레잎이 모자라서 당근과 표고버섯을 추가했는데 색도 예쁘고 식감이 다양해서 훨씬 좋았다. 식당에서 먹는 곤드레밥은 곤드레잎만 조금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집에서 먹으니 채소도 듬뿍 넣고 호사를 누린다. 솥밥에는 양념이 빠질 수 없다. 간장, 매실청,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잔파도 잔뜩 넣었다. 곧 잔파시즌이 끝난다고 하니 부지런히 먹어야겠다.


별일 없어 보이는 멀쩡한 곤드레밥


한동안 솥밥 참 잘해서 먹었는데 밥을 한번 태우고 나니 솥밥이 무서워졌다. 조금 더 연구해서 다시 도전해야겠다. 일단 남은 솥밥을 먹고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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