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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03. 2024

냉면 맛있게 먹자

냉면 잘 조절해서 먹기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냉면이다. 원래 냉면은 겨울음식이라고 하는데 여름에 자주 먹으니 여름 음식이 되어버렸다. 예전부터 우리 집에 여름이 왔다는 신호는 냉면으로 구분했다. 냉면이 등장하면 진짜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요즘 마트에 가면 어렵지 않게 냉면사리와 육수를 볼 수 있다. 수박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니 진짜 여름이 왔긴 왔나 보다. 냉면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다. 아빠가 냉면을 참 좋아하셨다. 젊었을 때는 하루 세끼를 냉면으로 다 드실 정도였다.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셨다. 그러다 보니 여름이 되면 집에 냉면 끊길 새가 없었다. 냉동실 반은 면과 육수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 자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커서인지 나도 냉면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빠만큼 자주 먹진 않지만 냉면이라고 하면 미소가 지어진다.


예전에는 냉면공장에 찾아가서 양념장과 육수를 박스채로 사다 먹었는데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먹지 않았었다. 너무 달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먹던 맛을 잊지 못해 밀가루 함량이 적은 면을 사서 대충 양념장을 만들어 비벼 먹었다. 육수는 채수나 콩나물국물을 사용했다. 그러나 먹고 나면 늘 허전했다. 냉면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으니 먹고도 먹지 않은 것 같았다. 지금은 조율해서 먹으려고 한다. 최대한 건강하게 만든 면과 육수를 사서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대신 양념장만큼은 만들기로 했다.


냉면은 육수맛이 크지만 양념장 맛도 무시 못한다. 양념장은 엄마의 레시피를 참고했다. 고춧가루, 진간장, 매실청, 다진 마늘, 원당,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잘 섞어준다. 그리고 여기에 엄마만의 비법재료가 들어간다. 바로 사과와 양파다. 배를 넣으면 맛이 좋지만 엄마는 배 대신 만만한 사과를 주로 넣으신다. 믹서기에 갈면 편하지만 강판에 갈아야 더 맛있다고 강판에 후다닥 갈아 넣으신다. 간 사과와 양파를 만들어둔 양념장에 섞는다. 이렇게 하면 감칠맛이 좋아진다. 식초를 넣지 않는데 아빠의 취향 때문에 예전부터 우리 집 냉면에는 식초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어차피 식초는 먹기 전에 넣어야 더 맛이 좋아서 지금도 양념장에 식초를 넣지 않는다.


냉면사리는 뭉치지 않도록 가닥가닥 손으로 풀어놓은 후, 끓는 물에 30~40초만 넣고 삶는다. 그리고 재빨리 찬물에 바락바락 비벼가면서 전분기를 완전히 제거하며 헹군다. 남아 있는 물기까지 꽉 짠 다음 양념장을 넣고 휘리릭 버무린다. 비빔냉면 스타일로 먹을 거라면 비빌 때 육수를 넣어가면서 섞어주고 나처럼 물비빔스타일로 먹을 거라면 면을 그릇에 담고 가장자리에 둘러가면서 육수를 충분히 부어 섞어가면서 먹으면 된다.


고명은 삶은 계란, 오이, 수제단무지, 방울토마토다. 오이와 토마토가 부족한데 앞으로는 더 넣어먹어야겠다.


오랜만에 먹는 냉면 맛은 황홀할 정도로 맛있었다. 아무리 건강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냉면은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아니다. 차갑게 먹으니 몸에 무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한동안은 피하고 애를 써가며 건강한 재료로만 만들어 먹었는데 부족한 맛에 그리움만 가득 남았다. 지금은 먹을 때 맛있게 먹자는 생각이다. 최대한 건강한 재료를 사고 양념장은 엄마표 양념장에 단맛을 조절해서 만들어먹자고 다짐했다. 오이를 가득 넣고 토마토도 꼭 넣고 육수는 차가우니 미리 꺼내놓고 냉기를 없애기로 했다. 이제 냉면을 맛있고 건강하게 먹으면서 즐겁게 여름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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