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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15. 2024

시장에 가는 재미

여름 시장 구경하기

오랜만에 시장에 갔다. 주말이면 늦잠을 자기 일쑤인데 잠을 물리치고 집을 나섰다. 시장이 오전에만 열기 때문에 서둘러 나왔다. 요즘 시장에 가면 보이는 것이 다르다. 예전에 시장에서 느꼈던 것을 넘어서 재미가 생겼다.




예전에는 시장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길이 고르지 않아 다니기 불편하고 좁은 길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의도치 않게 이리저리 치여서 짜증도 났다. 좋은 재료들이 나와 있어도 마트처럼 포장비닐에 적힌 설명이 없어 뭐가 좋은 건지, 싼 건지 비싼 건지 몰라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가는 것이 재밌다. 싱싱한 제철재료 보는 것도 좋고 덤으로 더 넣어 주는 정도 좋다. 작년부터 엄마를 따라다니니 좋은 재료 보는 방법도 하나씩 알게 되었다.


길이 구불한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조심하느라 잠시 걸음을 멈추면 예상치 못한 재료를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은 생각지 못한 자두를 만났다. 아직 자두가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는데 단단하고 잘 익은 자두가 한쪽 매대 위에 바구니채로 놓여있었다. 농약도 안치고 직접 농사지은 거라고 자신 있게 권하시기에 사서 겉에 먼지만 대충 닦아 맛을 봤는데 진짜 새콤달콤 맛있었다. 


사람이 많은 것도 시장의 묘미가 되었다. 북적이는 곳에 가면 그곳엔 분명 싸고 좋은 재료가 있었다. 뭔지 몰라 멀뚱하게 보고 있으면 만난 적도 없는 분이 먼저 나서서 저건 뭐고 가격이 얼마인지 다 알려주신다. 아는 사이인 양 몇 마디 대화를 하다가 재료를 사고 나면 쿨하게 헤어진다.


시장을 전체적으로 한 바퀴 돌아보니 햇양파, 햇감자가 가득했다. 오이는 파릇파릇 했는데 가격도 아주 착했다. 아쉽게도 며칠 전에 구매해서 사지 못했다. 엄마는 알록달록하게 여러 콩을 섞어 큰 대야에 담긴 걸 보시더니 밥에 넣을 거라고 한 봉지를 사셨다. 가게 사장님은 포장을 하면서 덤으로 한주먹을 더 넣어 주셨다. 우리 뒤로도 손님들이 계속 왔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엄마에게 물어보니 지금 나오는 콩을 사서 냉동실에 두었다가 일 년 내내 먹으려고 사두는 것이라고 한다. 한 할머니는 아예 한 자루를 사가시기도 했다.



나오는 길에 잘 손질된 통통한 파와 껍질째 묶인 마늘도 샀다. 파는 흰 부분이 많은 것을 골라야 맛있고 마늘은 껍질채로 사면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팁도 주셨다. 두 손 가득 온통 채소뿐인 장바구니에도 기분이 좋다. 달콤한 양파절임, 포슬한 삶은 감자, 짭짤한 오이장아찌로 변신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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