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에 새로움을
냉면에 황태채 올리기
여름이 오고 날이 더워지면서 면 요리를 먹는 횟수도 부쩍 늘었다. 면은 소화가 잘 안 돼서 자제하려고 하지만 더운 날에 입맛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면부터 당긴다. 면 중에서도 냉면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다.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취향 때문인지 냉면만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진다.
냉면은 다른 면과는 다르게 얇고 쫄깃해서 양념을 넣어 먹으면 촥 달라붙는 맛이 있다. 거기다 냉면용으로 나오는 육수를 부어먹으면 양념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어릴때부터 냉면은 여름 하면 생각나는 고유의 존재였다. 엄마는 일찍이 냉면 양념장을 사두시곤 하셨는데 올해는 직접 만드셨다. 내가 이것저것 가린다고 안 먹으니 설탕 대신 매실청을 넣고 과일을 갈아 넣어 만드셨다고 한다. 담백하고 먹어도 속이 편해서 좋다.
면을 삶아서 양념장을 넣고 비벼 먹으면 이 세상 맛이 아니다.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맛이다.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로 맛있다. 문득 냉면에 새로운 게 있으면 좋겠다는 들었다. 냉면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냉면 자체는 바꿀 것이 없어서 고명을 생각해 봤다. 냉면 전문집에 가면 회냉면이라는 메뉴가 있다. 가오리회를 올려주는 냉면인데 꼬독하게 씹히는 식감이 참 좋다. 그 순간 황태채가 떠올랐다. 황태채를 무쳐서 올리면 회느낌이 날 것 같았다.
면을 삶기도 전에 황태채 무침부터 하려고 황태부터 꺼냈다. 혹시나 실패할까 봐 먼저 만들어 보려는 것도 있었다. 황태 한 줌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물에 한번 적신 후 꽉 짜서 물기를 뺀다. 여기에 고춧가루, 고추장, 진간장, 원당, 매실청, 식초, 다진 마늘, 후추를 넣고 버무린다. 그러면 빨간 무침이 완성된다. 모양을 보니 얼핏 회냉면에 나오는 회 같기도 했다. 맛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얼른 물을 올리고 면을 삶았다. 그리고 빠르게 그릇을 세팅했다.
그릇에 면을 담고 황태채무침을 올렸다. 오이와 삶은 달걀을 넣어 풍성함을 더했다. 면에 간을 맞춰려고 양념장도 크게 떠서 넣었다. 마지막으로 육수를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부었다. 깨소금도 잊지 않고 뿌렸다.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우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냉면은 원래 맛있고 황태채 무침도 맛있으니 이 냉면은 얼마나 맛있으려나. 기대와 환호 속에 냉면은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배를 두드리니 있으니 빈 그릇이 보였다. 더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 아쉽지만 그릇을 내려놨다. 이제 황태채 때문에 냉면이 더 기다려지게 되었다. 빨리 주말이 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