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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l 05. 2024

감자샐러드로 행복 만들기

가끔은 내 입맛이 아닌 맛으로 

아시는 분이 감자를 주셨다. 넉넉하게 주셔서 양이 많았다. 그냥 쪄서 먹을까, 반찬을 할까 하다가 오랜만에 감자샐러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처음 만드는 것도 아닌데 이번 감자샐러드는 유독 힘이 들었다. 감자 양이 많은 탓에 재료 다듬기만 해도 시간이 배로 걸렸다. 감자를 씻고 껍질을 까는 것만 거의 30분을 쓴 것 같다. 왜 만든다고 해서 이 고생인지. 도로 물리고 싶었지만 재료 손질을 해둔 터라 어떻게든 진행해야 했다.


감자는 큰 웍에 삶았는데 양이 많아서인지 물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와서 약불로 줄이고 뒤적이기를 몇 번 해야 했다. 옆에는 계란을 삶았다. 찬물에 계란을 넣고 익히다가 물이 끓으면 15분 후에 불을 끄면 완숙이 된다. 오이는 안에 씨를 빼고 얇게 썰어 소금에 절였다. 그리고 면포에 감싸 물을 꽉 짜주고 칼로 먹기 좋게 한번 더 썰었다. 달큼한 맛을 위해 양파와 당근도 다져 팬에 볶았다. 그동안 익은 감자는 으깬다. 양이 많아서인지 으깨는 시간도 꽤 걸렸다. 계란은 껍질을 까서 노른자, 흰자를 분리한 뒤 흰자만 아주 잘게 다진다. 노른자는 잘 으깨지기 때문에 다지지 않아도 괜찮다. 각 재료의 조리가 끝이 나면 볼에 모두 모은다. 그리고 마요네즈, 원당, 꿀, 소금을 넣고 간을 하면 완성이다.


달지 않게 먹고 싶어서 원래 꿀의 양을 조절하는데 이번에는 양조절을 못해서 꿀이 많이 들어갔다. 맛을 보니 단맛이 제법 났는데 전체적인 맛은 아주 좋았다. 내게는 맞지 않는 간이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딱 맞는 간일 듯했다. 어차피 양도 많으니 나눠드려야겠다 싶어 후다닥 식빵을 사 왔다. 식빵도 일반 입맛에 맞게 부드러운 식빵을 사 왔다. 식빵에 감자샐러드 듬뿍 올려 다른 식빵을 올려 덮은 다음 랩으로 잘 포장했다. 예전에 만든 빵은 맛이 없다고 아쉬운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자신이 있었다. 빵포장지로 봉투를 만들어서 예쁜 스마일 스티커도 붙였다.


근처에 사시는 삼촌숙모댁에 가져다 드리려고 집을 나섰다. 바쁘신 시간이라 대문에 걸어놓고 전화를 드렸다. 양이 얼마 안 된다고 부끄럽게 이야기했는데 입이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고 아주 좋아하셨다. 나머지 빵은 동생네에 주려고 따로 빼두었다. 만들 때는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포장을 하고 보니 뿌듯했다. 포장지에 붙인 스마일 스티커처럼 감자샐러드 샌드위치 덕분에 웃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다시 감자샐러드를 만들라고 하면 고민은 할 것 같다. 하지만 나눌 생각에 힘듦은 잊어버리고 또 만들게 될 것 같다. 힘들었어도 좋았다면 행복한 일로 다시 포장되나 보다. 감자샐러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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