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Jul 12. 2024

무궁무궁하게

무궁화가 핀 공원을 지나가다가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그 길을 따라 들어갔는데 분홍꽃이 핀 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줄지어 있었다. 낯이 익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무궁화였다. 가끔 지나다니며 무궁화나무가 있는 건 봤지만 이렇게 무궁화가 잔뜩 있는 건 처음이었다.




나무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잎은 톱니바퀴 모양으로 뾰족하고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여기에 분홍색, 흰색, 보라색 등 꽃을 피워 보기도 좋았다. 찾아보니 무궁화는 딱 이맘때인 7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가을까지 꽃을 보여준다고 한다. 무궁화라고 하면 왠지 무게감이 느껴져서 선선한 날에 잠시 피는 꽃인 줄 알았는데 화창하고 쨍한 날 뜨겁게 피고 지는 꽃이었던 것이다. 


무궁화는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꽃도 오래 볼 수 있어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특히 유럽에서는 정원수, 가로수로 인기를 끌면서 도시 곳곳에서 무궁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무궁화를 보고 있으니 수업시간에 무궁화에 대해 말해주셨던 선생님이 생각났다. 선생님은 무궁화는 새벽에 꽃을 피웠다가 오후에 꽃을 오므리고 그 상태로 떨어지는데 지는 것이 참 깔끔하다고, 특이한 꽃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 기억을 더듬어 나무 아래를 보니 정말 꽃이 그대로 떨어져 있었다. 신기했다.


꼭 누군가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것처럼 떨어져 있는 무궁화꽃


무궁화는 '궁하지 않은'이라는 꽃 이름대로 오래오래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어쩌다 이 꽃에 무궁화라는 이름이 지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 꽃으로나마 다함이 없을 정도로 지내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제 무궁화를 보면 더 이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주변 사람들도, 여기 계신 작가님들도 모두 무궁화처럼 무궁무궁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무궁화는 내가 좋아하는 계절에 핀다. 남은 날동안 무궁화 부지런히 보면서 열심히 행복을 찾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국이 아름다운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