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식물들을 알아가는 기쁨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가 동백나무에서 낯선 것을 발견했다. 동백나무는 두껍고 반질반질한 잎 사이로 빨간 꽃이 핀 것만 생각했는데 둥근 뭔가가 달려 있어 이상했다. 잘못본건가 싶어 다시 봤는데 잎 모양이 틀림 없는 동백나무였다.
동백나무는 겨울에 빛을 보는 나무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 거의 없는데 동백나무는 아주 큰 꽃을 피워 눈길을 끈다. 거기다 꽃색은 강렬한 붉은색이라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낸다. 그런데 다른 계절의 동백나무 모습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계절 내내 푸른 사철나무라 생각했지 이렇게 다른 무언가를 피우고 있을거라는 상상도 못했다. 처음에는 꽃봉오리인가 했는데 벌써 맺힐리는 없다. 찾아보니 열매라고 한다.
동백나무의 열매는 아주 단단하다. 마치 익기 전 감 같다. 감처럼 푸르다가 빨간색으로 익는데 감과 같은 쨍한 주황색이 아니라 붉은 빛이 도는 갈색으로 변한다. 예로부터 동백나무는 피부보습, 진정 효과가 좋아 오일로 짜서 얼굴과 몸은 물론 머리카에 바르기도 하고 기관지 질환이나 천식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해서 먹기도 했다고 한다. 동백오일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열매에서 나온거라니. 문득 예전에 비누 만들던 때 생각이났다.
예전에 비누를 배우고 연습하면서 동백오일을 접한 적이 있다. 보습에 좋고 고급오일이라고해서 관심을 가졌었지만 결국 만들어 보지 못하고 비누 만들기가 끝났다. 그 뒤로 화장품에서 동백오일을 보면 반가웠는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다. 더구나 열매가 있다는 건 생각조차 못했다.
열매를 볶아서 짜면 요리에도 사용한다고 한다. 참기름만큼이나 고소한데다가 발연점이 높아서 굽는 요리에도 쓰인다고하니 동백나무를 다시 발견한 느낌이다. 이쯤이면 만능이 아닐까. 단, 한가지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특히 국산 동백오일은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예전같으면 녹색은 잎이요, 색이 있으면 꽃이요, 하고 넘겼을텐데 지금은 가까이 가서 보고 이름은 뭔지, 언제피고 지는지 찾아본다. 처음에는 귀찮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알아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한번 알고 넘어가니 다음에 보이면 반갑고 아는채를 할 수 있어 좋다.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보기도 하고 잊지 않고 피고 지고 하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다. 길을 가다보면 멍하게 걸을 때가 많은데 반가운 식물들이 생기니 마음에 생기가 돈다. 잔잔한 일상에 작은 재미가 되어줘서 좋다. 이제 동백 열매를 보면 인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