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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l 16. 2024

돌고 돌아 완성

정신없이 만든 꽈리고추 덮밥

비가 온다 온다 하더니 드디어 비가 시작됐다. 비가 오니 하늘은 흐리고 우중충했지만 기온이 내려가서 활동하기 편했다. 늘 식사시간이 되면 뭘 먹나 걱정인데 이번엔 확실했다. 며칠 면요리를 많이 먹어서 밥이 먹고 싶었다. 오랜만에 불 앞에서 요리를 해보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구석에 꽈리고추 남은 것이 보였다. 채소를 볶아 졸여서 밥에 올려 먹으면 간단하고 맛도 좋아 이만한 게 없다. 조림요리를 할 거라 양파와 통마늘도 몇 개 꺼냈다. 청양고추도 준비했다. 매운 걸 잘 못 먹지만 한 두 개 추가하면 매콤하니 입맛이 당겨서 청양고추 넣는 걸 좋아한다.


꽈리고추는 꼭지를 따고 양념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포크로 찔러가면서 구멍을 냈다. 양파는 채 썰고 통마늘은 편으로 썰고 청양고추는 잘게 다졌다. 양념장은 간단하다. 진간장과 원당을 넣고 재료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물도 조금 섞는다. 이제 팬에 익히기만 하면 된다. 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 양파를 넣고 볶다가 꽈리고추도 넣고 살짝 섞어준다. 그리고 만들어둔 양념장을 넣고 한번 끓인 다음 청양고추를 넣고 불을 줄인 후 졸인다. 마지막으로 전분을 물에 개어서 섞어주면 완성이다.


그런데 전분을 넣고 아무리 저어도 특유의 끈적함이 생기지 않았다. 왜 그러나 봤더니 가루가 담긴 봉투에 '찹쌀가루'라고 써져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고 가루니까 맞겠지 하고 넣었는데 전분가루가 아니었던 것이다. 찹쌀가루도 점성이 안 생기는 건 아닐텐데 전분만큼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전분가루를 개어 넣었다. 꽈리고추조림은 어쨌든 다 됐고, 함께 먹을 계란 프라이를 했다. 계란을 깨자마자 탄식이 나왔다. 별로 세게 깨트리지 않은 것 같은데 팬에 닿자마자 노른자가 풀어져 버린 것이다. 덮밥에는 탱탱하게 살아있는 노른자가 생명인데 아쉬웠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계란을 다시 꺼내 살살 깨트렸다. 오, 이번에는 성공이다. 하지만 모양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였더니 노른자가 다시 줄줄 흘렀다. 평소에는 이런 실수를 안 하는데 오늘은 두 번이나 실수를 했다. 또 계란을 쓸 순 없어서 최대한 계란을 모아서 마무리를 했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덮밥 한 그릇이 나왔다. 얼핏 보니 실수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냥 내가 좀 정신이 없구나 느꼈을 뿐 돌고 돌아 덮밥은 완성이 되었다.


노른자가 퍼져서 실패한 계란도 밥 위에 얹어서 야무지게 다 먹었다.


찹쌀가루를 넣어서 약간 텁텁하고 계란 2개를 모두 먹느라 배가 불렀지만 맛있게 먹었다.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바라던 밥을 먹어서 든든하고 속도 편했다. 꽈리고추덮밥은 고추의 풍미 때문에 별다른 양념이 없어도 맛이 좋으니 꼭 도전해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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