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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l 17. 2024

마음이 허하다면

부드러운 단호박 두유

이런저런 이유로 힘이 들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마음을 다 잡아보려 하지만 유리멘탈이라 잡히지 않았다. 이럴 땐 산책을 나가야 한다. 그러면 생각이 정리되고 기분이 나아졌다. 그런데 요즘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나가기도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음식으로라도 허한 마음을 채우려고 부엌으로 갔다. 




밥 챙겨 먹기 귀찮고 며칠 전에 봐둔 단호박이 생각나서 꺼냈다. 간단하게 갈아 마시려고 콩물도 준비했다. 우유도 좋지만 두유가 담백하고 깔끔해서 추천한다. 두유는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물과 국산콩만 넣은 제품을 골랐다. 마음 챙기기 위한 것인데 이왕이면 몸도 건강하게 챙겨 먹었으면 해서다.


먼저 단호박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은 다음 칼로 반을 자르고 다시 반을 잘라가면서 조각을 내준다. 속이 비어 있어 자르기 어렵진 않지만 꽤 단단하다. 손질할 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다 잘랐다면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그릇에 담아 3분 정도 돌려준다. 꺼낼 때는 아주 뜨거운 상태이기 때문에 꼭 장갑이나 천을 대고 꺼내도록 한다. 한 김 식힌 후, 깔끔한 노락 색을 내기 위해 껍질을 제거한다.


블랜더에 두유를 넣고 손질한 단호박도 넣는다. 잘 갈릴 수 있도록 두어 번 으깨듯이 섞고 꿀과 소금을 조금 넣어 간을 해준다. 이제 블랜더를 작동시킨다. 상아색이었던 두유가 단호박이 갈리면서 노란색으로 변한다. 컵에 담아 그대로 먹어도 좋고 견과류를 올려 먹으면 씹는 식감이 있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두유와 단호박의 비율은 2:1 정도다. 일반 두유 묽기라면 컵으로 마시시기 좋은 정도인데 뻑뻑한 콩물이라면 물을 넣어서 농도를 조절해 주자. 단호박 두유는 단호박 자체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매력이다. '두유가 들어가서 혹시 밍밍하지 않을까'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호박 맛에 가려질 뿐 아니라 간을 하면 고소해서 두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음식은 입으로도 먹지만 눈으로도 먹는다고 하더니 예쁜 노란색으로 곱게 갈린 단호박 두유를 보고 미소가 지어졌다. 한 입 맛을 본 후엔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허하다면,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면 단호박두유의 달달함으로 기분도 챙기고 재료의 영양도 섭취하면서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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