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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l 21. 2024

빵 생각이 나기 전에

꽈리고추 멸치볶음 만들기

아침부터 맛있는 거 없나 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맛있는 거야 많지만 건강 때문에, 소화가 안된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빼고 나니 정말 먹을 것이 없었다. 냉장고 재료마저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럴 때 정신 차리지 않으면 국수나 빵으로 밥을 때우게 된다. 밀가루 음식은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다. 쫄깃하고 부드럽고 촉촉한 맛에 어느 양념이나 반죽에도 잘 어울린다. 생각나는 음식이 떡볶이, 라면, 비빔국수, 크림모찌빵 등 모두 밀가루 음식이었다. 밀가루를 완전히 끊지 못해 가끔 먹는데 며칠 전 먹었던 것이 생각나서 또 먹기 부담스러웠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먹을 핑계만 찾게 돼서 얼른 뭐라도 만들어야 했다. 보이는 건 며칠 전에 먹고 남은 꽈리고추다. 얼마 전 덮밥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맛있게 먹어서 나머지도 만들기로 했다.


요리 과정은 한번 만들어봐서 수월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반찬처럼 만드려고 멸치도 한 줌 넣기로 했다. 꽈리고추를 물에 담가 놓고 멸치부터 손질했다. 멸치는 번거롭지만 꼭 머리와 내장을 제거해야 한다. 씁쓸한 맛도 나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양파, 마늘, 청양고추도 빠르게 손질했다. 소스는 진간장, 원당을 넣었는데 멸치가 들어가서 맛술도 조금 넣었다.


이제 팬에 볶기만 하면 된다. 오일을 두르고 팬이 가열되면 양파와 마늘부터 볶는다. 양파와 마늘이 노르스름하게 익을 때쯤 꽈리고추를 넣고 살짝 볶아 향을 내준다. 그다음 멸치를 넣어 같이 볶는다. 간을 해줄 차례다. 만들어둔 소스를 넣고 한번 바라락 끓였다가 물을 조금 넣고 양념이 잘 어우러지도록 끓인다. 마지막으로 청양고추를 넣어 섞어주면 완성이다.


덮밥으로 먹을 거라면 국물을 좀 남겨서 전분물을 넣고 소스처럼 만들어주면 된다. 참기름과 깨소금은 미리 넣으면 향이 날아가니 먹기 전에 조금씩 넣어서 먹자. 청양고추를 듬뿍 넣었더니 제법 매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하지만 청양고추 덕분에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간장소스의 풍미가 좋아져 끝까지 잘 먹을 수 있었다. 잘 넣었다 싶었다. 이래서 맵찔이지만 청양고추에 자꾸 욕심을 낸다.


국물이 촉촉하게 남았을 때 불을 끄면 덮밥 소스로 좋다.


밥에 올려 한 그릇 다 먹고 나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참지 못하고 국수나 빵을 먹었다면 소화가 안되고 더부룩해서 하루종일 후회를 했을 것이다. 오늘 점심도, 저녁도 꽈리고추 멸치볶음 때문에 잘 지나왔다. 당분간 내 끼니를 지켜줄 반찬이 있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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