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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l 22. 2024

속상하다면 비빔국수

비빔국수 한 그릇은 좋은 하루를 만든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잘못해서 혹은 거래처에서 잘못해서 일이 어긋날 때가 있다. 그래도 마무리가 잘 되면 다행인데 마무리도 시원치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땐 몸을 움직이든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좋은데 일을 하다가 갑자기 어딜 갈 수도 없고 마음이 좁아서인지 다른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속상한 마음만 안고 한참을 앉아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이번 작업도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의사소통이 충분히 안 됐는지 기준이 달라 원하는 시안이 나오지 않았다. 재작업을 해야 했다. 시안을 엎는 일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속이 상한다. 수정하다 보니 하루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이 이틀이 지나고서야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만족하고 마무리가 돼서 다행이었다. 최종시안까지 전달하고나니 갑자기 멍해졌다. 저녁시간 치고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국수를 꺼냈다. 매콤하게 비빔국수를 먹을 것이다. 청양고추도 넣고 말이다.


이번 비빔국수는 류수영 님의 레시피를 참고했다. 고명대신 양파와 오이에 새콤달콤 간을 해서 섞어먹는 스타일인데 맛있어 보여 도전하기로 했다. 오이가 떨어져서 양파 양을 늘려 얇게 채를 썰었다. 그리고 식초, 원당, 소금 한 꼬집을 넣고 간이 베이도록 15분 정도 둔다. 그동안 냄비에 국수 삶을 물을 올려놓고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은 진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원당,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잘 섞어주면 된다. 국수 양념장은 조금 묽어야 잘 비벼지기 때문에 육수나 맑은 국물류 혹은 물이라도 조금 넣어서 농도를 맞춘다. 류수영 님은 양파와 오이 절인 물로 농도를 맞췄는데 나는 충분히 절여지지 않아서인지 채수가 조금밖에 나오지 않아서 냉면육수를 추가했다.


국수를 삶고 물에 헹군 후, 물기를 뺀다. 이제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플레이팅이다. 이번 비빔국수는 나를 돌보려고 특별히 만드는 음식이기에 보기도 좋게 만들고 싶었다. 볼에 국수를 담고 젓가락을 찔러 넣어 돌리면 가지런하게 뭉쳐진다. 뭉친 국수는 그릇 가운데 놓고 양파와 양념장을 가장자리에 두른다. 그리고 가운데 계란, 청양고추로 장식을 하면 완성이다.


이왕 먹는 거 아주 맛있게 먹고 싶어서 꿀도 조금 더 넣고 마지막에 깨소금, 후추를 듬뿍 올려서 사치를 부렸다. 빨갛다 못해 검은빛이 나는 소스는 조금 맵긴 했지만 입맛을 돋우기는 좋았다.


원래 레시피에는 닭가슴살을 넣는다. 나는 없어서 계란을 추가했다.


한 그릇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꿀맛이었다. 다시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비록 몸에는 자극적이지만 이렇게 한번 먹고 마음 다 잡고 내일부터 건강하게 먹으면 된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 마지막 맛으로 전체의 식당 이미지가 기억된다고 한다. 오늘 마지막에는 맛있게 국수를 먹었으니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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