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의 기운은 오래 남을 것
간장 계란 김밥 만들어 먹기
귀찮다고 며칠 면으로 끼니를 때웠으니 밥을 먹어야 했다. 예전 같으면 게의치 않고, 간단하고 맛있다는 이유로 일주일 내내 면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몸을 생각하게 된다. 챙겨주지 못한 내가 걸린다.
냉면부터 현미면, 메밀면까지 밀가루를 피한 그동안의 내가 무색하게 요즘 면을 많이 먹었다. 핑계를 대자면 정말 너무 더워서 새콤하고 후루룩 넘어갈 수 있는 게 당겨서 그랬다. 국수는 먹을 때는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반응이 온다. 속이 더부룩하고 자극적이라 물이 켄다. 맛있게 먹은 행복한 감정은 짧고 후회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럴땐 속으로 되뇌인다. '밥 먹어야지, 오늘은 밥 먹어야지'하고 말이다.
밥을 먹으려고 보니 밥통도 비어 있었다. 밥부터 해야 되다니 벌써 힘이 빠졌지만 그런 생각이 더 들기 전에 후다닥 쌀을 씻었다. 밥을 안치고 냉장고를 보니 마땅히 같이 먹을만한 게 없었다. 이럴 땐 간장에 밥 비벼 먹는 게 최고다. 이번에는 간장 양념을 김밥에 넣어 만들어봤다.
재료는 간단하다. 간장양념에 들어갈 파와 속재료로 넣을 계란이 다다. 계란은 잘 풀어서 지단을 만들어 채를 썰어두고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은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깨소금을 넣고 섞다가 잘 어우러지도록 물도 조금 넣고 대파와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서 넣는다. 파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많이 넣는다. 청양고추는 기호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 나는 매콤한 걸 좋아해서 1개 반을 넣었다. 다 만든 양념장은 채 썰어둔 계란에 버무리는데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양념장을 넣어야 김밥을 말 때 터지지 않으니 주의한다.
이제 김밥말기다. 밥에 식초와 소금 간을 하고 김밥김 위에 고르게 펼친다. 그리고 양념에 버무린 계란을 가지런히 올려 돌돌 말아준다. 잘 말아진 김밥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깨소금을 뿌려 마무리한다.
맛은 짭짤한 간장 맛인데 계란이 잘 어우러져 담백한 맛이 더해져 괜찮았다. 사실 특별할 것 없는 맛이지만 입맛 없고 요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 만들면 별미다. 만들기도 간단해서 빠르게 끼니를 해결하기도 좋다.
흰밥이었지만 간장양념에 물들어 온통 빨개진 김밥, 짭짤하니 별미다.속재료가 계란만 있다 보니 크기가 작아서 금방 다 먹어버렸다. 만든다고 땀 뻘뻘 흘려가며 고생했는데 먹는 건 한 순간이라니 허무하다. 하지만 따뜻한 밥의 기운은 오래 몸속에 남으리라 믿는다. 내일은 또 뭘 먹나. 면? 안된다. 열무김치가 잘 익었던데 계란 넣고 비벼 먹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