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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l 31. 2024

여름에도 전 먹기

라이스페이퍼 부추전

더운 날 전요리는 도전하기 참 쉽지 않다. 재료를 잘게 각각 썰어야 하고 불 앞을 지키면서 잘 살펴가며 구워야 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더운 요즘 만들기 참 어려운 음식이다. 그런데 입맛은 다르다. 덥든 말든 먹고 먹고 싶은 건 계절을 따지지 않는다. 이 여름날 전이 먹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작년만 해도 전은 잘 먹지 않았다. 오일에 굽는 거라 칼로리 걱정이 돼서다. 하지만 지금은 먹고 싶으면 먹는다. 몇 번 참고 자제했더니 다른 엉뚱한 날 폭식을 하게 됐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먹고 싶으면 조금씩 먹고 있다.  며칠 전 김나영 님의 영상을 봤는데 건강에 안 좋다고 너무 의식해서 안 먹으려고 하는 것보다 안 좋다고 말하는 음식이라도 먹고 싶으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대신 양은 평소 먹던 양의 반으로 줄이면 된다고 말이다. 그래, 먹고 싶으면 먹자. 조금만 먹을 거니깐 괜찮을 것이다.


부추도 있겠다 전을 본격적으로 만드려고 재료를 꺼냈다. 부추를 주재료로 당근과 양파를 꺼내고 매콤한 걸 좋아해서 청양고추도 한 개 꺼냈다. 전은 해물이 들어가면 맛이 훨씬 좋아진다. 하지만 사놓은 해물이 없어서 건오징어를 조금 꺼내 불려 준비했다. 반죽은 따로 하지 않고 라이스페이퍼와 계란물만 준비했다. 재료는 잘게 썰고 볼에 섞지 않고 따로 모아두었다. 시장에서 이모님들이 즉석에서 해주시는 대로 팬에서 올려가면서 만들 예정이다. 


오일을 두른 팬에 라이스페이퍼 한 장을 올리고 부추를 올렸다. 혹시 부추가 잘 안 뭉쳐질까 봐 전분가루를 조금 뿌렸다. 그리고 보기 좋게 당근과 양파, 청양고추, 불린 오징어를 뿌리듯이 올렸다. 마지막으로 재료를 다 합쳐줄 계란물을 부어준다. 계란물은 미리 풀어서 부어도 좋지만 시장 이모님들이 하듯이 계란을 위에서 깨트려서 손으로 풀어가면서 퍼트려주면 모양도 더 자연스럽고 내가 원하는 대로 고르게 놓을 수 있어 좋다. 전 굽기 두 번째 만에 발견한 노하우다.


앞뒤로 잘 보면서 노릇하게 구워준다. 반죽이 따로 없어 불안해 보이지만 라이스페이퍼 덕분에 안정적으로 뒤집을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완성된 전은 그릇에 담아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면 된다.


이 전의 가장 좋은 점은 한 번에 만들 양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을 만들 땐 농도를 맞추느라 반죽의 양은 늘어나고, 채소도 더 넣게 되면서 어느새 큰 통 한통이 만들어지곤 했다. 전을 구울 때는 어떠냐. 반죽이 퍼지면서 크기가 점점 커지고, 반죽이 충분히 있으니 한 개 먹을 걸 두 개를 먹게 되면서 과식을 하게 됐다. 전을 만들면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은 딱 라이스페이퍼 크기다. 올라가는 재료도 간단하고 밀가루가 없으니 양도 많지 않다. 그러니 먹어도 부담 없다.


계란을 올려 알록달록해진 부추전, 부추는 따로 전분가루와 물에 무쳐서 올리는 것을 권한다.


튀겨지는 듯 굽는 전의 특유의 재미는 없지만 충분히 고소하고 맛있었다. 이제 전을 먹고 싶으면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서 딱 한 판만 먹어야겠다. 이제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참지 말고 먹되, 적당히 먹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기운 내서 행복하게 하루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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