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의 아침
캔사스에 산다는 것은 곧 지평선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넓은 대지가 곡선없이 펼쳐져 있는 곳.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지루한 땅이라고 불린다.
4년 남짓한 시간을 이 곳에서 보내면서 알게 된 것. 어떤 것들의 부재는 오히려 무언가의 존재를 보게한다. 텅 빈 들판에는 시시각각 다르게 부서지는 햇살과 거기에 물드는 하늘이 있다. 바쁨으로 가득 찬 삶에서는 공기를 볼 시간이 없다. 공기는 무슨. 볼게 많고 할게 많은 세상이다. 여기서는 공기의 흐름이 보인다. 거기에 갇힌 시간을 눈으로 훑을 수 있다.
소리의 부재는 또 다른 소음을 발견하게 했다.
내 안에 떠드는 소리는 그간 외부의 소리에 묻혀 정적인 것 마냥 취급을 당했다. 소음공해라고는 가끔 들리는 기차소리, 일주일에 한두번 둥둥대는 이웃의 파티소리가 전부인 내가 사는 곳. 그러나 쉴새 없이 말하고 있는 내 안에서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 요즘은 그것도 시끄럽다. 그러나 그 소리를 좀더 잘 듣게 됐음에 감사한다.
2주 전 동기 언니가 우리 동네를 방문하게 되었다.
동부에서 어엿한 회사인으로 살고있는 언니에게 우리는 캔사스의 일출을 선물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캄캄한 대지 밑에서 태양은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찬란하게 일어났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사람은 조용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금성이 있었다. 유달리 크고 반짝이는 이상한 별 하나가 어두운 새벽녘부터 하늘에 보이더니 태양이 올 때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요란떨지 않았다. 그런데 사라지지도 않았다. 너무나 조용하지만 동시에 큰 소리를 질렀다. 보지 않을 수 없도록.
고요한 새벽은 사실 누군가의 아우성으로 채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