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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Sep 08. 2020

유스 (Youth)

영화 리뷰


집안 어르신들이 계신 요양 병원에 드나들고

장례식을 치르면서, 젊음과 늙음,

그리고 가치있는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이 영화가 자꾸 생각나서 다시 보았습니다.


이 글을 쓴 다음에도 또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발견되고,

그래서 더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아름다운 경관에 둘러 싸인 스위스의 고급 호텔.

그 안의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 볼 수

있습니다. 투숙객과 호텔 종사자들이죠.

투숙객의 대부분은 늙었고, 부자입니다.


그들은 호텔종사자들이 만든 고급 음식을

서빙받고, 마사지를 받고, 여유롭게 수영을 하며,

사우나를 하고,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저녁이면 공연을 보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나른하고 무기력해 보입니다.




주인공 프레드 벨린저는, 베니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으며 작곡가였습니다.

심플 송 (Simple Song)은 그의 대표곡입니다.


여왕은 그에게 심플 송의 공연과 지휘를 청하지만

그는 완강히 거절합니다. 그 곡은 자신의 아내

멜라니를 위해 작곡한 곡이며,

사랑할 때 만든 곡이며,

그녀만이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베니스의 요양원에 있습니다.

마치 시체처럼.



그의 친구 믹은 저명한 영화 감독이었습니다.

50여명의 여배우를 발굴했다는 자부심에 차있으며.

마지막 유작을 제작하기 위해 젊은 스텝들과 호텔에

묵으면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대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하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기 저기

쓰러져 잠든 젊은 스텝들을 보며 믹은 친구

벨린저에게 말합니다. 아름답지 않냐고.



벨린져와 믹, 두 친구의 인사는 주로 소변으로

시작합니다. 소변을 보았는지, 몇 방울 보았는지.

벨린저와 믹이 동시에 사랑했던 여자가 있습니다.

벨린저는 믹에게 그 여자에 대해 물어보는데

믹은 희미해지는 기억력을 고백합니다.

그녀와 잤는지조차 잘 기억이 안난다고요.

하지만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손을 잡고 걸었던 그 때의 기억과 감정은 살아있습니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탈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그 기분과 같은 것이었죠.



호텔에 미스 유니버스가 왔습니다.

그녀는 탱탱한 몸매를 자랑하듯이 물 속으로

걸어들어옵니다. 두 노인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이제는 멀어져간 과거처럼 그녀는 그들

앞에서 무심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보면, 산은 가까이 있고

망원경을 거꾸로 돌려서 보면,

산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믹은 말합니다.

"젊을 때, 산은 가까워 보였는데,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멀리 보여. 과거니까"



이 호텔의 사람들을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열망이 없는 자와 있는 자.


열망이 없는 자는 살아있으되 영혼이 없는

물체처럼 움직입니다. 열망이 있는 자는

하고 싶은 무언가를 계속합니다.


공중부양을 하고 싶은 승려는 계속 명상을 하고,

춤을 추고 싶은 마사지사는 일이 끝나면 춤을

춥니다. 미스터 큐라는 로봇 연기로 유명해진

배우는 미스터 큐라는 캐릭터에 갇힌 것이 싫어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려고 호텔의

투숙객들을 관찰합니다.



젊음과 늙음의 구분은 열망이 있음과 없음입니다.



믹은 자신의 유작에 출연할 노여배우 브렌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침내 그녀가 찾아왔는데

영화 출연 때문에 온 것이 아니었고

믹의 최근 영화에 대한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돌아갑니다.




믹은 영화제작을 포기하고 스텝들을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친구 벨린저에게 말하지요.

너무 오래 영화를 했나보다고.

하지만 영화를 계속 찍을 것이며,

감정에 충실할거라고.

그리고는 창가로 가 몸을 던집니다.

그를 지탱하는 영화에 대한 열망이

이젠 실현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죠. 또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되었을 때의

그러한 감정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과거이기 때문이겠죠.



새로운 배역을 고민하던 미스터 큐는

한 아이가 인용한 영화 대사에서 용기를 갖습니다.

"준비된 사람은 없다. 그러니 걱정할 것도 없다. "

"그는 난 못해" 라는 쓸데 없는 공포심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래서 열망을 선택합니다.


호텔에서 암벽타기를 가르치는 산악인은 말합니다.

"암벽을 등반하는 것은 두렵다.

그러나 두려움도 경이로운 감정이다."

"두려움을 이겨냈을 때, 진정한 해방감을 느낀다."




벨린져도 열망을 향해 갑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곡을 연주하는 무대에

서기로 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겠다는 열망,

즉 젊음 Youth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곡,

그가 사랑할 때 만든 심플 송은

조수미가 부릅니다.

울컥하도록 아름답고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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