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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Dec 02. 2020

부안여행

채석강에서 궁항까지


서해바다를 볼 때, 가장 기대 되는 것은


일몰의 장관일 것이다. 1박 2일의 여행 중


첫째 날은 비가 올듯 말듯 흐린 날씨였다.


따라서 일몰은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학 시절 부터 내가 여행을 떠나는 날은


언제나 비가 왔었기에 친구들은 내게


우녀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러니 스산하게 추운 초겨울 날씨에


산 속에서 비를 맞지 않은 것만해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일몰에 대한 미련을


접어두었다.



다음날 아침, 부안에서 가장 기대했던 음식인


백합죽을 먹고 마실길을 걷기로 했다. 부안에서


백합죽은 어느 곳이든 맛있게 한다는 말을 들었건만,


굳이 맛집을 검색하여 그곳을 찾아가느라


우리가 걷고자 했던 마실길 3코스의 절반이상을


생략하고 말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마실길 3코스 


백합죽을 먹고 바로 찾아간 곳이 채석강이었으니


3코스 마실길에서 적벽강과 수성당, 격포 해수욕장을


생략하고, 4코스 시작점인 격포항에 와 있었던 것이다.



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러 여행 블로그를 찾아보고


여행지를 탐색하지만, 그때는 영 감이 안잡히고


금방 잊어버리곤 한다.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보면


이해가 잘 되면서 놓친 곳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진다.



채석강의 해식동굴은 격포해수욕장에서 걸어온


사람들이 동굴 앞까지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화산활동과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퇴적층이 파도의 영향으로 침식 되어 수 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채석강의 해식 동굴



채석강의 해식동굴에서 격포항을 향해 걸었다.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마침 여객선 한 대가


도착한지라, 하차하는 승용차들과 승객들로 


붐벼 매우 복잡했다.


마실길 4코스를 향해 가는 길엔 봉화봉 지질 명소로


가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데크를 따라 걷다가


본 바위산들은 장관이었다.





책을 쌓아 놓은 듯 켜켜히 쌓여 있는 암벽도


암벽이지만 그 어느것 하나도 똑 같은 것이 없는


제각각의 독특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수많은 돌들이


널려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파도가 조각해 놓은 돌들의 모습은


제각각의 개성을 가진 수많은 인간들의 모습처럼


돌들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 경이롭고


평화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곳으로


내려와 돌 탑을 쌓는다. 돌 하나에 소원을 담으며.


돌들의 세상에 인간들이 다녀간 흔적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없이 스티로폼을 비롯한


쓰레기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마음에 생채기가


나는 듯 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현대인들은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쓰고 버린 것들에 따른


결과에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



마실길 4코스



마실길 4코스는 격포항에서 솔섬까지이다.


우리는 격포리 봉수대, 해넘어 공원을 향해


걸으며 바다를 내려다 보고, 맑게 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루를 더 묵으면 일몰을


볼 수 있을텐데...


4코스를 걸으며 본 풍경들이다.




        바다를 향해 불쑥 불쑥 튀어나온 땅의


모습이 서해 바다의 특징이리라.


가는 길엔 불멸의 이순신 촬영 세트장이 보였다.



예매해 놓은 고속버스의 시간이 3시 반이라


솔섬까지 걸어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


궁항의 수산횟집 앞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한참을 망서리다, 결국 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오는 길에 보았던 카페 마르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전 날, 두 끼를 한식으로


거하게 먹은 터라 커피와 달달한 케잌 종류가


먹고 싶어졌다. 카페에서 애매하게 남은


시간동안 여행을 마무리하는 담소를 나누고


택시를 불러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6시 반에 서울의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날은 이미 어두워져있고 북적이는


사람들 틈사이를 걸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할 때, 왠지 편안함이 느껴졌다. 


도시의 북적거림이 편하다니.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안고 바삐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가야할 곳을 알려주는


표지판의 수많은 글자들, 


사달라고 아우성치는 광고판들.


북적임 속에서 살 땐, 늘 전원의 고요함을


추구하지만, 긴 생애동안 나는 도시인으로


길들여졌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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