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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Nov 28. 2020

부안 여행

내변산 탐방로에서 내소사까지


코로나 19 확진자가 300명대로 진입한다는


어수선한 뉴스가 오랫동안 별러 온 여행을


망서리게했다. 일행 6명 모두 같은 마음이었는데


아무도 다른 날로 미루자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새벽 6시 30분 고속터미널에서 만났다.



이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아이들 어릴 때


각각 두 세명의 아이들을 동반하고


여행을 다닌 이후, 처음으로 엄마들끼리


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이들은


자라서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하고 그중의


세 명은 결혼도 했다. 우리는 2020년


해외여행을 계획하며 매달 여행비를 적립했지만


코로나 19 시대를 맞이하여 1박 2일의


부안여행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첫 차를 탄 덕분에


9시 반 경에 부안에 도착했다. 터미널 근처의


차돌 식당에서 마주한 아침 식사는 전라도에


왔다는 사실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청국장과 김치찌개를 주 메뉴로해서 곁들인


반찬들은 모두가 맛깔스러웠다.



일행 모두 걷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여 내소사를 가기로 했는데 곧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배차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결국 택시 두 대를 나누어 타고 내변산 탐방로까지


갔는데, 가는 길에 시내버스를 한대도 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은 내소사였는데


내변산 분소에서 시작하여 실상사 - 봉래구곡


- 직소폭포 - 관음봉 삼거리 - 내소사 코스를


택했다. 총 4시간 정도 걸렸는데 내겐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만만하지 않기에


재미있는 곳이 바로 산이 주는 매력이기도 하다.



변산반도의 내륙쪽은 내변산, 해안가는


외변산이라 한다.



초겨울에 들어가는 날씨는 스산하고, 나뭇가지는


앙상했지만 꼭 꽃피고, 낙엽지는 아름다운 장관만이


여행의 묘미는 아니어서 스산한 날씨는 스산한대로


매력이 있다.





호랑가시나무


가는 길에 만난 호랑가시 나무이다.


잎 가장자리의 각 점 끝에 딱딱한 가시가 있어서


호랑이가 등가려우면 나뭇잎으로 긁었다고 한다.



꽝꽝 나무


꽝꽝 나무는 태울 때 꽝꽝하며 터지는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조상님들이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면 참 기발하여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직소폭포


출발하기 전날 비가 왔었기 때문에 직소폭포의


장관을 기대했으나 물이 별로 많지 않았다.



관음봉 삼거리로 향하기 전 땀을 식히기 위해


바위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찍은 바닷가 마을이다.



드디어 내소사가 보였다.


산 위에서 본 내소사


대웅전 앞의 천 년 된 느티나무

봉래루의 주춧돌


내소사 봉래루에서 발견한 반갑고도 재밌는 사실은


주춧돌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지각색의 주춧돌이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재밌고 자연스럽다.


대웅전은 어떤가 보았더니 마찬가지였다.


대웅전 뒷 면


대웅전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 (633)에 혜구두타


스님이 창건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탔고 인조


11년(1633)에 중건하였다. 조선은 억불정책을


폈지만 임진왜란 이후, 불교의 위상이 높아져서


양반 지주나 부유한 상인들이 후원하였다.


그래서 조선 후기 사찰은 화려한 다포식과


팔작 지붕으로 지어지곤 했다. 다포식이란


무거운 지붕의 무게를 분산 시키기 위해


공포를 기둥 사이에 더 넎은 것으로


위의 사진에서 보면 기둥 위의 공포 외에도


기둥과 기둥 사이에 두 개의 공포가 더 있다.


(기둥 위에만 공포가 있는 것은 주심포식이라고 한다.)


관광객의 모습이 없는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을


찍으려다 급한 마음에 처마 끝을 잘라 버리는 실수를 했다.



대웅전의 편액. 이광사의 동국진체


이광사는 조선 후기 동국진체를 완성한


이름난 서예가이다. 동국진체는 중국풍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서체이다. 이광사는 호남 지역의 


여러 사찰에 글씨를 남겼는데 추사 김정희와의


 일화가 유명하다.


대흥사에 들렀던 추사 김정희가 이광사의


글씨를 보고 촌스럽다고 하며


친구이자 대흥사의 주지인 초의 선사에게


이광사의 편액을 떼고 자신이 쓴 편액을


달게했다. 이후 추사가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대흥사에 들러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이광사의 편액을


달게 했다고 한다. 시련을 겪은 후에야 겸손해 지는


인간의 모습을 추사 김정희를 통해 보는 일화이다.


대웅전의 꽃창살


아름답기로 유명한 꽃창살이다.


원래는 단청이 되어있었으나 오랜 세월 동안


단청이 벗겨지고 나무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나


자연스럽고 우아하다.


대웅전의 측면


내소사 동종


아담한 크기에 정교한 문양이 거의 완벽한


예술품에 가까워 절로 탄성이 나오며


오랫동안 눈길을 끈 동종이다.



고려 고종 9년 1222년에 만든것인데,


원래 내변산의 청림사에 있던 것을 조선


철종시기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종은 일본이나 중국의 종과는


달리 아랫부분이 안쪽으로 약간


오므라져있어서 종소리의 여운이


오래 지속되는 장점이 있는데 이 종 또한


그렇게 만들어졌다.



조선시대의 억불 정책과 일제시대의


금속 공출 때문에 우리나라의 종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이곳에서 고려시대의


종을 만나니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부도전


천왕문을 나서서 우측에 위치한 부도전이다.


양쪽에 배롱나무 한쌍이 있다. 꽃 피는 계절에


오면 아주 예쁠 것 같다.



이곳에서 일주문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600 미터에 달하는 전나무 숲길로 유명하다.


잠시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리고 호흡을 하니


전나무의 향내가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신비로웠다. 계속 호흡을 하고 걷느라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렸다.


절 밖에 나오니 마침 우리를 숙소인 대명콘도로


태워다 줄 버스가 오고 있었다.


다음날은 해안길을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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