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에서 일했다. 나의 상사인 본부장님은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분주하고 긴장된 아우라를 뿜어내셨다. 그 시기가 다가오면 사무실 공기가 달라졌다. 서류의 문장 하나, 수치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나는 그 모든 준비 과정을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지켜보았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국정감사는 단순히 행정부를 긴장시키는 절차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조직의 언어와 대응방식, 그리고 공공성을 시험하는 사회적 장(場)이었다.
나는 현장을 떠난 뒤에도 국정감사를 온라인으로 보기 시작했다. 행정공무원으로서 느꼈던 그 긴장과 떨림이 여전히 화면 너머로 전해졌다. 그러나 어느새 국감의 풍경은 달라져 있었다. 질문의 날카로움 대신, 카메라를 의식한 말투와 장면 연출이 많아졌고, ‘이런 질문을 왜 하지?’ 싶은 감정 섞인 질의가 오히려 주목받았다.
오늘 아침 신문 사설(2025/10/23)은 그 변화를 정확히 풍자했다. “요즘 국감장은 국민을 위한 감사가 아니라, 좋아요와 후원금을 받기 위한 개인방송의 무대 같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내 기억 속 국정감사의 풍경이 겹쳐졌다. 본래 국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제도라면, 지금의 국감은 과연 누구를 향해 서 있는가.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국정감사와 같은 공개 질의 구조는 본래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점검하고, 개선의 단서를 찾기 위한 공공 피드백 메커니즘이다. 그것은 국가 차원의 정책학습(policy learning) 과정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국감은 점점 ‘관심의 경쟁(arena of attention)’으로 변하고 있다. 의원들의 질의는 시민을 대신한 ‘정책적 질문’이 아니라, 정치적 자기표현(performance politics)의 무대가 되어버렸다.
이때 행정부는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공격의 대상이 된다. 질문이 공격이 되고, 답변이 방어가 될 때, 정책적 토론의 회로는 단절된다. 이는 단순히 정치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감사는 국가 차원의 공공학습(public learning)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학습의 언어가 ‘감정’과 ‘풍자’로 대체될 때, 정책은 더 이상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장면의 소비로 전락한다.
올해 국감에서는 특정 기관이나 공직자를 향한 사적 감정이 질의의 동기가 되는 사례가 잦았다. 공공영역에서 감정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그것을 객관화하고 전환하는 지적 윤리가 필요하다. 감정의 언어가 정책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을 때, 국정감사는 민주주의의 품격을 잃는다.
이제 우리는 ‘국감의 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은 질문의 태도나 형식이 아니라, 질문의 목적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질문이 ‘시민의 학습’을 위한 것인가, ‘정치인의 이득’을 위한 것인가. 이 단 하나의 기준이 국감의 공공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국정감사는 권력의 견제 장치이자, 국민의 학습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감은 ‘감사(監査)’가 아니라 ‘퍼포먼스(performance)’에 가까워지고 있다. 좋아요를 얻기 위한 질문, 후원금을 위한 발언은 결국 ‘정치의 상품화’를 가속화시킨다.
국정감사는 이제 ‘감사(監査)’에서 ‘공감(共感)’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질문이 권력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공적 성찰의 장으로 기능할 때, 비로소 국정감사는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점검하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