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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v Jun Mar 19. 2020

인도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던 간디 아쉬람

함피에서 너무나 정들었던 HCT 아이들을 뒤로하고 라자스탄으로 향하는 기차 루트를 짜기 위해 인도 지도를 보다 문득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레를 돌리고 있으면 명상을 하듯이 고요한 순간이 찾아와. 그리고 간디 아쉬람에서 자급자족으로 재배한 재료들로 음식을 해서 주는데 식당 음식보다 편안하고 맛있어"


간디 아쉬람에서 개발한 휴대용 물레를 돌리고 있는 세바그람 아쉬람의 최연장자 2011.02
세와그람 간디 아쉬람 키친에서 로띠를 만드는 모습 2011.02

뭄바이에서 함피로 첫 이동을 하면서 그룹 이동이 아니라면 24시간 이상 이동은 여러모로 힘들다는 경험을 하였기에 라자스탄으로 향하는 중간 쉬어갈 곳을 찾다 오래전 기억 속 이야기가 우연처럼 떠올랐다.


세상에 나를 맞추기보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열정이 더 컸던 20대에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과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 찾아갔던 생태공동체 운동센터에서 들었던 세계 여러 공동체의 경험담 중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내겐 '자급자족과 맛있는 음식'... 그렇다 나는 간디보다 이 두 가지가 더 흥미로웠다.


평화로운 세바그람 아쉬람 2011.02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시기에는 일이 많이 없어서 그냥 편하게 지내며 밥만 얻어먹었다. 아쉬람 주변에는 텃밭과 몇 마리의 소들이 있었는데 선업을 쌓기 위해 방문한 신혼부부가 일을 하고 있어서 아쉬람에 방문한 나와 아르헨티나에서 온 마이라는 식시시간과 오후 찬팅 시간만  맞추고 자유시간을 만끽했는데 평화로운 아쉬람처럼 주변도 평화롭고 딱히 할 게 없었다....  


좋은 카르마를 쌓기 위해 아쉬람에 와 일을 하던 가족 2011.02
Bapu 2011.02
근처 학교에서 아쉬람으로 소풍을 온 날. 자연스럽게 사진사가 되었다... 2011.02.15

관광지 가면 목에 카메라를 메고, 현상한 단체사진으로 영업을 하는 인도 아저씨들이 있는데 오늘 나의 역할이었다......


이겼다! 2011.02.15
이리 와 같이해요!  2011.02.15

오후에는 근처 학교로 직접 방문... 저학년 아이들이 운동회를 하는지 여기저기 모여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간디 아쉬람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몬테소리 교육을 하는 학교였다. 한가로운 인도 시골 학교에서 몬테소리 교육이라니 뭔가 조금 이질적인걸 만난 느낌.


학생들이 직접 텃밭을 하고 작물마다 반과 학생 이름이 적혀 있다. 2011.02.17

인도에서는 기차표를 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바그람 아쉬람은 관광지도 아니기에 대리 구매해줄 여행사도 없고 직접 가까운 역으로 릭샤를 타고 나가 현지인들 틈에 껴서 수많은 새치기를 밀쳐내고 표를 구해야 했다. 그나마 구한 표도 대기 100번을 넘어가면 우선 기다리면서 다른 루트의 기차표를 검색해보며 다시 구매를 하러 가야 한다.


'나의 인도 기차표 창구 스킬은 이곳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비노바 바베 아쉬람으로 향하는 길 2011.02.18

라자스탄으로 향하는 기차표가 구해지지 않아 반강제로 평화롭게(?) 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가까운 비노바 바베 아쉬람에 놀러 가 보라고 했다.

사이좋은 소 님과 소년 2011.02.18


목화밭 2011.02.18

생에 처음 본 목화밭. 이불속 솜이나 구경해봤지 땡볕 아래 목화밭에서 일하는 사람을 직접 보니 엄청 수고로운 재료구나라고 느껴졌다. 2월의 남인도 땡볕 아래 밭일은 진짜... 보통일이 아니다.


비노바 바베 아쉬람에서는 정작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도착해서 간디 아쉬람에 머무르며 소개를 받고 잠시 들렸다고 하니 현재 아쉬람에는 머무를 수 없고 읽어보라며 한국어로 된 비노바 바베의 책을 읽고 금방 돌아왔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묘하게 간디보다 더 자유롭고 주변 사람을 포용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쉬람에서 지내는 현지인도 비노바 바베 아쉬람 쪽이 더 편안해 보인 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날부터 나는 간디보다 비노바 바베의 팬이 되었다.


인도에서 만난 첫 인도 행사 2011.02.22

세바그람 아쉬람에서 중요한 여성분의 무슨 기념일 행사라고 한다. 누군지 모르니 나에겐 그저 쪼꼬미들의 신기한 연극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인자함 2011.02.22


아이들의 순수하고 생명력 넘치는 눈빛과는 또 다른 어른들의 눈빛은 아이들과 다른 따뜻함을 준다. 사진을 찍는 동안은 몰랐는데 문명화된 도시의 일상에 묻혀보니 어쩌면 이때 내가 많은 힐링을 받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1.02.22

이전 글에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고 했었는데 레알... 이분이 전설의 레전드였다. 후에 많은 여행자들을 만났지만 여행경력 탑 오브 탑... 20대 초반부터 여행했는데 본인이 아프리카에 갔을 때 백인이 왜 여기를 걸어 다니냐며 경찰이 유치장에 넣었다고 한다.....


드디어 탈출! 2011. 02.24

아르헨티나에서 온 마이라도 표가 없어서 못 나가고 있었는지 같은 날 빈자리가 난 기차에 함께 타게 되었다. 예상치 못하게 정보가 많지 않은 곳에 관광객도 없는 곳을 가게 될 때는 들어가고 적당히 나갈 날짜의 기차표를 미리 사두는 것이 좋다. 혹시 일정이 변경되어서 취소를 하더라도 표를 못 구해서 발 묶이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어쨌든 생각보다 오래 묶여있던 곳을 나오게 되어서 아주 신이 났다. 게다가 동행자는 아르헨티나 아가씨! 북인도 까지 한 번에 가는 기차가 없어서 보팔에 하루 숙소를 같이 쓰며 영화를 봤는데 역시나 남미는 저세상 텐션이었다.


영화를 보며 관객 소리에 스트레스 풀리는 느낌이라니.... 


당분간 아쉬람은 안녕 2011.02.24

그리고 라자스탄으로 향하기 전 보팔에서 한국에서 알던 동생을 잠깐 만나게 되는데... 일을 하러 온 외국인에게 비친 인도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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