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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성숙 Feb 10. 2021

줌으로  가족모임을 했어요

작년 12월 초 오랜 연애 끝에 조카가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조카부부는 할아버지께 전화로 문안 인사하며 신정 때 찾아뵙겠다고 했다.

아버지께서는 가족이 모여 새신랑 각시를 환영하는 조촐한 파티를 준비하셨다. 덕담도 준비하시고, 가족이 함께 부를 합창곡도 준비하시고, 그동안  배우신 악기 연주도 계획하셨다. 그런데 연말이 되면서 코로나가 확산되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되었다.

아버지께서 얼마나 서운하실까 생각하니 우리 부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을 모색하던 중 남편은 zoom으로 가족 신년회를 하면 어떨까? 한다. 나는 즉시 좋은 생각이라며 당장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각종 회의, 모임, 학교 수업 등등 여기저기 줌이 일상화되어가니 나도 줌이라는 걸 체험해보고 싶었다. 나와 남편은 딸에게 줌을 다운로드하는 것부터  회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 입력 등 사용법을 배웠다.

드디어 1월 1일 밤 9시. 영상통화의 막이 올랐다. 가족들의 얼굴이 보인다. 딸이 먼저 기념 촬영부터 하자며 사진을 찍었다.

이때 눈에 익은 가족들이 보이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손녀는 신이 났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래를 부르며 침대 위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춤을 춘다. 열정 넘치는 손녀의 무한 에너지는 가족들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하고 태어난 지 한 달 된 작은 손녀의 꼬물거림 역시 우리에게 미소를 짓게 했다.

오늘의 사회자는 남동생이다. 먼저 신혼집 구경을 시켜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조카는 안방, 거실, 서재 , 주방을 돌며 신혼집을 소개했다. 우리 모두 각자 다른 장소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새로 꾸민 신접살림을 구경하고 있으니 참 신기한 세상이다.

다음 순서는 어떻게 일 년을 지낸는지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시간. 코로나 19로 가족의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직장인은 재택근무, 화상회의. 학생과 선생님들은 온라인 수업. 식당을 하는 우리는 음식 배달. 열심히 공부하는 조카들의 공부 방향 수정 등 새로운 것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변화시키고 우리 가족은 현실에 잘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뒤늦게 이태리에 사는 동생 코레스가 들어왔다. 연락이 안 되어 걱정했는데 시차 계산을 잘못하여  늦었다며 아쉬워한다. 사회자는 코레스에게 결혼한 신랑 신부를 위한 삶의 조언을 부탁했다. 코레스는 수도자답게 다음과 같이 당부를 했다.

먼저 사랑하세요.
넘어지면 다시 시작하세요.
함께 기도하세요.
그리고 우리의 사랑을 주위분들에게 퍼부어 주세요.

하느님이 맺어주신 가정을 변치 않는 사랑으로 이끌어 가려면 누구나 끝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조카 부부가 끊임없는 기도와 따뜻한 사랑으로 모범적인 가정을 꾸려주길 바란다. 우리 가족 모두가 응원할 것이다. 알콩달콩 샘나게 살아주렴.

다음 순서는 새해라면 빠질 수 없는 한해 계획을 발표해보는 시간이다. 신년 계획에 빠질 수 없는 돈, 투자에 대한 이야기, 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망에 이어 운동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 등등 도란도란 할 말이 많기도 하다.

끝으로 아버지의 훈화 시간. 아버지께서는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삶을 실천하여 깨끗하고 양심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우리 가족이 앞장서서 실천하자고 말씀하셨다.  중국으로 다시 유학을 떠나는 손주에게는 청운의 꿈을 잊지 말고 속된 세상에 속지 말라. 학덕을 겸비하여 금의환향하라며 격려를 해주셨다.

말씀을 끝내신 아버지는 느닷없이 ‘새신랑 노래 한곡 불러봐’하신다. 새신부는 마이크를 재빨리 쥐고  함께 노래 부를 기세인데 새신랑은 이 상황이 매우 곤혹스러운 모양새이다. 가족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누군가가 다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우리 가족은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라는 성가를 함께 불렀다. 아버지는 하모니카로 ‘내 그윽이 깊은 데서’를 연주하셨다.

어느새 아쉬운 한 시간이  지나가고 우리는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영상 통화를 마무리하였다.

통화가 끝나자 아버지는 큰 잔치를 했다며 매우 흡족해하셨다. 단톡 방에는 모두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니 즐겁고 행복하다며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19로 새롭게 바뀌는 경제,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더욱 가족 간의 사랑과 단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가족 간의 변치 않는 사랑과 끊임없는  기도는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가족이 단결하여 현실의 고통과 두려움 대혼란의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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