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쯤 가게가 한가하기에
색소폰을 불려고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을 하다 시계를 보니 6시다.
저녁 손님이 들어올 시간.
즉시 서둘러 출발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게로 향했다.
백오십 미터 앞.
건너야 할 신호등 불이 녹색으로 바뀐다.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목표를 향해 돌진.
그런데 갑자기 자전거가 튕기는 듯하더니
핸들이 방향을 잃고 비틀거린다.
어~어~ 하는 사이 핸들을 움켜잡을 새도 없이
자전거가 쓰러지고 몸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어디 다친 건 아닐까?
못 일어나면 어쩌지.
조심스레 몸을 추슬러 본다.
뻑적지근하다. 그런데 걸을 수는 있다.
다행이다.
창피함이 몰려온다.
태연한 척 자전거를 끌며 이동을 하는데
무릎도 쓰리고 팔꿈치도 아프다.
살짝 눈을 돌려 몸을 살폈다.
팔꿈치는 피가 흐르고 바지엔 구멍이 뽕.
바지를 해 먹었네.
…
오랜만에 훈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며 서로 안부를 묻는데
다리가 찌릿찌릿 아파 3주째 집콕 중이란다.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자신이 탈 버스가 저만치 정류장에 들어오더란다.
뛰어가면 탈 수 있겠다 싶어 버스만 보고 뛰다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한다.
넘어지는 순간 나 골다공증 있는데 어떡해라는
슬픈 생각뿐이었다 한다.
발목이 꺾이면서 인대가 늘어났다 하는데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단다.
…
어제 오후.
색소폰 연습을 하고 수다를 떨다 보니 6시가 넘었다.
벌써 시간이 이리되다니.
막 나오려는데 아버지도 가방을 메고 나오신다.
아버지를 집 앞에 내려드리려 하는데
뒷좌석에 있는 전화기가 급하게 울린다.
손이 닿질 않는다.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고 전화를 받았다.
남편의 전화다.
왜 아직도 안 오냐며 빨리 와서 밥 먹으란다.
맘이 급해진다.
아직 저녁도 안 먹고 기다린 건가.
손님 들어올 시간인데 바쁘진 않은 건가?
서두르며 차에 오르는데
내 몸이 차에 오르기도 전에 문을 닫는 나.
문이 닫히며 얼굴이 차문에 부딪쳤다.
너무 아파 그냥 주저앉았다.
그 자리에서 눈두덩이가 부어오르고
5분도 안되어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몸의 리듬에 맞춰 서두르지 말고 행동하자고
자기 암시를 해보지만
마음이 급하면 그냥 잊어버린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 따로 마음 따로다.
나이는 못 속인다더니 내가 그렇다.
노년의 세상에 오신 분들이여!
서두르지 맙시다.
뛰지 맙시다.
넘어지지 맙시다.